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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4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대통령 신분을 잃게 되면서 윤 전 대통령은 형사상 불소추특권도 잃게 됐다.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부터 불거졌던 각종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오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5부(부장판사 지귀연)의 심리로 첫 공판이 진행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자연인 신분으로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첫 공판에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증인신문이 예정이나 아직까지 참석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준비기일에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 의한 검찰 기소는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원칙적으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은 별개이지만 법조계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이 확정된 만큼 검찰의 혐의 입증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헌재가 결정문을 통해 국회 등에 군경을 투입한 것이 헌법기관을 무력화한 것이라고 인정한 탓이다. 다만 형사재판에서는 증거 능력을 보다 엄격하게 따지기 때문에 공수처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가 재판 향방을 가를 쟁점이 될 전망이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있는 혐의는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공소장 변경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공범으로 기소된 이들은 직권남용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법조계에선 내란 혐의 1심 선고가 이르면 6월 말 또는 7월 초 날 수 있단 관측이다. 현재 내란 임무 주요종사 혐의로 군경 고위간부들이 대부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구속 기간 연장 등 고려해서다. 다만 관련 사건 병합 여부에 따라 선고는 장기화될 수도 있다.
◇명태균·채상병 수사도 확대 관측…도이치모터스까지 줄줄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불거진 ‘공천개입’ 수사도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지난 20대 대선 당시 여론조사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실제 명씨는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81차례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했다. 3억7520만원의 비용은 명씨가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부담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게 되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검찰은 그동안 현직 대통령 신분인 만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진행은 하지 못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영부인 신분이라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사라진 만큼 검찰은 조만간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더불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무혐의 처분했으나 고발인인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에서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거부권에 막혀왔던 특별검사(특검)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와 경찰 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윤 전 대통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비상계엄 사건에 집중하며, 잠시 멈춰선 상태다. 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킨 혐의도 있다. 이밖에도 경찰은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 한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입건해 수사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