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경기 남부 중증 심혈관 환자를 책임지는 한성우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장의 첫 마디는 ‘키우는 게 제일 힘들다’였다. 환자 곁을 지키는 임상의로 살아오다 병원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지역 의료를 육성하고 후학을 길러내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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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기내과 교수인 한 병원장은 동탄성심병원을 경기 남부에서 드물게 심장 치료 전 과정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으로 키운 중추적 인물이다. 중증 심부전 환자가 악화되면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와 좌심실보조장치(LVAD)를 거쳐 최종적으로 심장이식까지 이어지는 치료 체계를 갖췄다. 대형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치료를 완결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병원은 10년 가까이 심장이식을 시행해왔다. 분당·수원·용인 일대 대형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기 남부지역의 중증 심혈관 환자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병원장은 “특별히 우리가 더 잘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위험하고 어려운 병변을 피하지 않고 협업으로 해결해온 결과”라며 공을 ‘팀’과 ‘책임감’으로 돌렸다. 최근 그의 시선은 병원 담장을 넘어섰다. 서산·안성·이천 등 경기 남부 및 충청 북부 지역 의료원에서 오는 환자는 가급적 모두 수용한다는 원칙을 세우면서다.
지방 의료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사례는 적지 않다. 소화기 질환으로 입원했던 환자가 패혈증으로 급격히 악화돼 심정지 직전 상태로 이송됐거나 정형외과 환자였던 노인이 부정맥으로 쓰러져 영구 심박동기를 삽입한 사례 등이다.
의정 갈등으로 일부 대형병원이 외부 환자 수용을 제한하던 시기에도 그는 의료진에게 “서산·안성·이천에서 오는 환자는 묻지 말고 받자”고 당부했다. 지역 의료 공백이 가장 취약한 곳에서 위험한 환자가 먼저 발생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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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료진의 헌신에만 기대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사람을 키우고 신뢰를 유지하려면 제도와 시스템이 필수적이어서다.
지방의료원에 전문의를 대거 배치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지방 공공의료원에 충분히 충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대안으로 그는 ‘원격 협진’과 ‘휴먼 네트워크’를 제시했다.
동탄성심병원은 서산의료원 등과 영상·검사 소견을 공유하며 자문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연락이 올 만큼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다. 이천의료원 등과는 번갈아 방문해 증례를 공유하고 식사를 함께하며 개인 연락처를 교환한다. 환자 이송 전 사전 연락으로 준비하고, 치료 후 경과도 다시 설명한다. 지금은 자발적 네트워크지만, 국가가 공식적으로 설계하고 보상한다면 의료취약지 공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필수의료 지원 감소 문제 역시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 병원장은 “사람이 적은 필수의료과는 매일 이어지는 격무로 집중도가 낮아져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료 사고로 인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은 필수의료과를 지원하는 새내기 의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 해소를 위해 △중환자실 모니터링을 원격 통합 관리 △환자 데이터 신호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경보를 제공하는 체계 △중앙 관제형 협진 플랫폼 등을 도입해 해결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사람을 보호해주면 자연스레 심장을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의사들 또한 늘어날 것이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한 병원장은 마지막으로 “개인의 헌신에만 기댈 게 아니라 의료계도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람이 남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의료 공백을 막는 일은 이제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