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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회로 한계 넘는 '스핀 전류'..국내 연구진, '상온 양자역학 현상' 발견

김현아 기자I 2025.01.30 08:59:16

세계 최초로 발견..네이처에 발표
KAIST, 서강대 연구진,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실험
스핀트로닉스 기술의 한계를 넘어
미래 전자 소재 혁신 가능성 열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의 이경진·김갑진 교수와 서강대학교의 정명화 교수 공동연구팀이 상온에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연구는 고전역학적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핀트로닉스 기술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전자기기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고전역학적 스핀 펌핑(a)과 양자역학적 스핀펌핑(b) 개략도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

전자는 전기적인 성질인 전하와 자기적인 성질인 스핀(spin)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물질 내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현상인 전류는 전하가 이동하여 발생하는 전하 전류와 스핀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스핀 전류로 나눠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전하 전류로 작동한다. 하지만 전류가 흐를 때 전자가 물질 내부의 원자와 충돌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열이 발생하고, 이는 에너지 소모량 증가와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의 많은 연구자는 전하 전류가 아닌 스핀 전류를 이용해 전자 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라고 한다.

스핀트로닉스 기술 구현의 핵심은 스핀 전류를 생성하는 것으로, 스핀 전류 생성의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스핀 펌핑(spin pumping)이다.

스핀 펌핑은 자성체와 비자성체를 접합했을 때, 스핀이 세차운동(팽이를 회전시키면 회전축이 기울어지면서 빙빙 도는 운동)에 의해 자성체에서 비자성체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고전역학으로 생성되는 스핀 전류는 크기가 작아 실제 전자 소자에는 활용이 제한돼 왔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은 스핀트로닉스의 한계를 뛰어넘는 중요한 발견으로, 미래 전자 소자의 혁신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1월 3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논문명은 ‘Signatures of longitudinal spin pumping in a magnetic phase transition’이다.

철(Fe)과 로듐(Rh)의 합금인 FeRh에서 발생하는 양자적 스핀 펌핑


상온에서 효율적으로 스핀 전류 생성

연구팀은 고품질의 철(Fe)-로듐(Rh) 자성박막을 활용해 기존 고전역학적 방식의 스핀 펌핑을 넘어, 양자역학적 특성을 적용하여 상온에서 효율적으로 스핀 전류를 생성하는 방법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경진 교수는 “기존의 스핀 펌핑은 자성체의 자화 방향을 바꾸는 고전역학적 세차운동을 기반으로 했지만,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은 자화의 크기가 변하면서 더 큰 스핀 전류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기존 고전역학적 방식에 비해 10배 이상의 효율을 보이며, 차세대 전자 소자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김갑진 교수는 “양자역학적인 스핀 펌핑 현상은 스핀트로닉스뿐만 아니라 양자기술의 핵심적인 기반이 될 수 있으며, 향후 전자기기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재료 과학, 측정기술, 이론 물리학 결합

이 연구는 기존 스핀 펌핑 연구의 고전적 한계를 극복하고, 양자역학적 접근을 통해 스핀트로닉스 기술의 효율을 대폭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연구팀은 자성박막이 온도에 따라 변하는 자기적 상전이를 활용해, 상온에서 발생하는 양자역학적 스핀 펌핑을 실시간으로 관측했다. 이를 통해 스핀 전류의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었다.

정명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료 과학, 측정 기술, 이론 물리학이 결합된 공동 연구의 성과로, 스핀트로닉스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를 이끈 공동 연구팀은 양자역학적 특성에 기반한 스핀트로닉스 기술을 제시함으로써, 차세대 전자 소자 및 양자기술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스핀트로닉스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양자 소자 개발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경진 KAIST 물리학과 교수
김갑진 KAIST 물리학과 교수
정명화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경진 교수 (KAIST 물리학과)는 고체물리학 및 스핀트로닉스 전문가로, 여러 차례 국내외에서 권위있는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갑진 교수 (KAIST 물리학과)는 스핀트로닉스 및 고체물리학 실험 분야의 권위자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정명화 교수 (서강대 물리학과)는 자성체 및 위상 물질 연구의 선도자로, 한국물리학회에서 여러 차례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연구는 기초연구와 응용 연구의 경계를 허물며, 미래 기술의 핵심인 양자 기술을 발전시킬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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