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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광고 전쟁' 속 제재는 0건?…투자자만 '발등' 찍힌다[왓츠 유어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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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성 기자I 2025.05.31 09:00:00

치열해진 ETF 광고 전쟁…비용↑
수익률 등 과장 광고 등 속출
제재없이 ''슬그머니'' 수정만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ETF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운용사들이 이렇게까지 경쟁하지 않을 겁니다.”

국내 ETF 시장이 200조 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주요 자산운용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장외에서 ‘광고 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사진=챗GPT)
주로 기관 등을 상대해 왔던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었던 운용사가 이제는 ETF 시장의 발전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이 됐습니다. 운용사들은 커지는 ETF 시장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독창적인 상품개발부터, 수수료 인하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개인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갑자기’ 리테일 기업이 되어버리니 광고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운용사 상위 10개사의 광고비 총액은 114억원으로, 전년 동기(71억원) 대비 60.6% 늘었습니다. 특히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는 44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66% 늘어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8억원을 썼습니다. 광고 선전비를 전년(28억원) 대비 35.7%나 올린 셈입니다.

통상 운용사가 ETF 광고를 할 때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당국의 승인을 받고 광고 선전을 하는 경우와 운용사 자체적으로 준법감시인의 심사를 받고 광고를 내며, 노출된 광고가 규정에 부합하지 않을 때 사후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입니다.

주로 후자의 경우가 많은데, 치열한 ‘광고 싸움’이 벌어지다 보니 자사의 ETF 상품을 ‘무리하게’ 포장하는 행동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10개 자산운용사의 252개 ETF 광고를 점검한 결과, 오인 가능성이 있는 수익률을 표시하는 경우나 안전한 상품으로 오해할 수 있는 부적절한 문구를 사용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수익률 1위’가 수십개”…‘진흙탕’ 싸움된 ETF 경쟁[왓츠 유어 ETF]

하지만 이 같은 문제성 광고에 대해 실제로 시정 요구나 조치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당시 발표된 자료에도 시정 요구 건수나 조치 이행 건수 등은 명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조치 절차와 관련이 있습니다. 협회는 문제가 된 광고에 대해 공문이 아닌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운용사 실무진에게 직접 시정이나 사용 중단을 요청하며, 운용사들은 이에 따라 문구를 수정합니다. 정확한 조치 건수나 경위가 공식적으로 파악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특히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율규제위원회가 개최된 횟수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업계가 협회의 시정 요구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준법감시인 심사를 거쳐 운용사 자체적으로 승인된 광고를 일단 내보내고 문제가 되면 바꾸면 그만이라는 행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협회로부터 지적받은 문구를 수정하고 보고하면, 그 절차는 사실상 종료됩니다.

문제는 광고 문구 등이 수정되는 과정이 투자자에게는 대부분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정 전 광고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과장된 표현에 이끌려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더라도, 해당 광고는 이미 수정된 후라는 가정도 해볼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정기적으로 ‘최저·최고 수익률 등 과장 문구에 현혹되지 마세요’, ‘광고에 제시된 수익률은 특정 시점 기준일 수 있습니다’ 등의 소비자 유의사항을 안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광고 관련 내부 통제가 흔들리니 금융소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ETF 광고가 범람하는 요즘,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금융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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