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예금자보호법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저축은행업권과 예금보험공사(예보) 간 머니무브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머니무브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반면 예보는 금융소비자가 금리에 민감하다는 가정하에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25% 늘어날 걸로 추정했다. 저축은행업권이 머니무브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것은 현행 규제환경에서 영업을 통한 자산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저축은행이 예보법 개정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연체율 관리를 통해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늘어나는 자산에 걸맞은 리스크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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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저축은행중앙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예보한도 상향에 따른 저축은행업권 수신환경 변화’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고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여신 관련 규제 등으로 여신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역마진을 감수하고 수신을 유치할 유인이 부족하다”며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예보한도 상향 이후 머니무브 가능성이 작다고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금자보호법 개정법은 예보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동산PF 등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법 공포 후 1년 이내 기간 중 시행령으로 정한 때부터 시행한다.
예보 한도 상향의 수혜자로 꼽힌 저축은행업계가 이 같은 의견을 낸 것은 현재 규제체계상 자산을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은 은행별 여신 운용자금 수요 등을 고려해 수신 조달규모를 결정하고 그에 적합한 수신 금리정책을 추진한다”며 “여신이 어려운 환경에서 역마진을 감수하고 수신을 유치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업종별 대출한도 규제,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 규제, 개별차주 신용공여한도 규제 등으로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고, 예·적금을 통해 조달할 자금수요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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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예보의 전망과는 다소 배치된다. 예보는 김현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자금이동은 금리, 금융회사 건전성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추정하기 곤란하다”며 “예금자가 금리를 중시한다는 가정하에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저축은행권이 머니무브 가능성을 낮게 잡은 것은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 금리가 비슷한 상호금융은 3000만원의 비과세 한도가 있기 때문에 1차로 상호금융에 예치한다는 것이 저축은행권 분석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상호금융 거래자는 비과세 한도까지 거래 후 금융사 간 금리 비교를 통해 거래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간 금리 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유입 수요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에 대한 대외 신인도와 부정적 시각 개선 없이는 수신증가에 한계가 있다”며 “예보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 조정해도 저축은행을 이용하지 않던 소비자가 새롭게 저축은행을 거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에서는 저축은행이 본연의 역할 강화에 방점을 찍고 규제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리 경쟁력을 통한 외형 확대보다는 지역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못하는 것은 규제나 영업환경 영향도 있지만 부동산PF 대출 부실을 오랫동안 끌어왔던 영향도 있다”며 “높은 연체율, 뱅크런 가능성 등 스스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의원은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아진 것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갑작스러운 자금이동이 있는지 금융당국이 철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저축은행 수신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저축은행의 연체율, PF부실에 대한 당국의 관리 강화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저축은행업계 역시 늘어나는 수신 규모에 걸맞게 리스크 관리체계와 대내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업계의 자강 노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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