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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한국형 FBI '중수청'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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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09.22 0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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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고도화한 부패·경제 범죄
효과적인 적발·수사 기대
초기 우수인력 확보 관건
수사 장기화 관행 없애고
공소청·경찰과 협력해야

[목멱칼럼]한국형 FBI '중수청'에 대한 기대와 우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수사 역량에 관한 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고로 평가받는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수사관들이 부패, 금융범죄, 사이버범죄, 국가안보 사건까지 폭넓게 다루며 미국 형사사법의 신뢰를 떠받쳐 왔다.

10월 2일, 대한민국에도 FBI와 유사한 역할을 맡는 조직이 출범한다. 바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뇌물 등 부패범죄,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 공정거래법 위반, 자본시장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위반, 산업기술·영업비밀 유출, 사이버범죄, 방위사업범죄, 마약범죄 등을 중수청의 관할 범죄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와 법왜곡죄까지 더해진다. 핵심 축은 부패·경제범죄이되 중수청은 그 이상의 중대범죄를 떠안는 기관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수청의 이첩요청권이다.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가 중수청 관할 범죄와 중복될 경우 중수청이 이첩을 요청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규정한다. 사실상 우선적 수사권을 부여한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감사원 등이 적발한 굵직한 사건들이 앞으로 중수청으로 넘어올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그 권한이 강한 만큼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둘러싼 관할 다툼이 출범과 함께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검찰의 특별수사부서에서 담당해 온 수사의 중요 부분을 중수청이 맡게 된다. 시장을 왜곡하는 부패·경제범죄를 끊어내지 못하면 중수청은 새 간판일 뿐 새 질서가 되지 못한다.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고도화되고 있는 부패·경제범죄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수사해 법정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전문 수사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조직을 만든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중수청이 실패하면 문제는 한 기관의 부진이 아니라 수사·기소 분리 실험 자체의 신뢰 붕괴다. 수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복잡한 회계 조작,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공정거래법 위반, 첨단기술 유출 사건은 고도의 전문성 없이는 실체를 규명하기 어렵다. 열정과 헌신 없이는 감당하기 힘든 고된 임무이기도 하다.

중수청의 승패는 초기 우수 수사 인력의 확보에 달려 있다. 필자가 검찰에 근무할 때 정기 인사 때마다 우수한 검사와 수사관들을 데려오려고 부서장들끼리 혈투가 벌어졌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우수 인력 충원이 아직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중수청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범정부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수청은 부패수사의 전범을 세워야 한다. 과거 검찰이 비판받아 온 수사 관행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수사의 장기화다. 수사 장기화는 인권 침해이자 증거 훼손이며 유죄도 무죄도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 신중하게 착수하되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질질 끄는 거악 수사는 거악들에게 법망을 빠져나갈 기회만 만들어준다.

공소청 검사와의 실질적 협력체계 구축도 관건이다. 공소청에는 수사권이 없다. 수사의 목적은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야 비로소 완성된다. 법정에서 무너지는 수사는 수사권 분리의 명분을 가장 빨리 허문다.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 검사만으로는 공소유지가 어렵다. 미국 FBI도 연방검사와 수사 초기부터 재판 확정 시까지 함께 움직이며 공소유지를 지원한다. FBI를 표방한다면 공소청과의 초기 공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중수청과 경찰이 실적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돼서는 안 된다. 중수청의 수사 인력은 한정돼 있다. 중대한 부패·경제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나머지 사건은 경찰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나눠야 한다. 그래야 밀도 있는 수사로 단기간에 실체를 규명할 수 있다.

한국형 FBI를 표방하는 중수청의 출범은 분명 기대할 만한 변화다. 그러나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으려면 중수청장을 중심으로 한 초기 구성원들의 헌신이 필요하다. 10월 2일은 출범일이 아니라 시험 첫날이다. 한국형 FBI의 성패는 조직도가 아니라 첫 중대사건에서 얼마나 빠르고 절제되며 법정까지 연결되는지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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