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군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업 입찰 제안서 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의 기술 점수가 한화오션(042660)에 5점 가까이 앞선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따라 국가사업 입찰에서 1.8점의 감점을 받고 있는데, 이를 제외하고도 한화오션에 3점 가까이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잠수함 사업의 핵심은 △전투체계 △예인선배열 소나 △기뢰회피 소나 △부이형 안테나 등을 최신형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소나(음파탐지) 중심의 통합전투체계인 독일제 수중센서통합시스템(ISUS)을 국내 기술로 새로 개발해 대체하고, 여기에 국산 소나체계를 연동시키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배를 새롭게 만들고 각 체계를 통합하는 조선사 역량 보다는, 시스템 개발 업체 기술력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과 한 팀을 이룬 LIG넥스원(079550)은 209급 잠수함(장보고-Ⅰ) 성능개량에서 독일 전투체계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소나체계 분야 검증된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209급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을 수행한 실적도 있고, 3000톤급 잠수함 대부분을 건조하고 있다. 한 팀인 한화시스템(272210) 역시 함정 전투체계 분야 독보적 위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소나 분야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게 이번 사업의 패배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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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에서도 한화오션이 209급 잠수함 성능개량 사업 때와 마찬가지로 LIG넥스원과 손잡았을 경우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한화시스템 입장에서도 함정 전투체계 사업 참여 기회가 줄어든게 사실이다. 국내 함정 뿐만 아니라 HD현대중공업의 수출용 함정에도 전투체계를 공급했던 한화시스템은 한화오션 인수 이후 페루 함정 수출 사업에서 배제됐다.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의 정책적 배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업은 5000억 원을 투입해 214급 잠수함 1차 도입 물량이었던 3척을 우선 성능개량하는 것이다. 나머지 물량에 대한 사업은 이번 성능개량 사업 이후 발주 예정이다. 이번 1차 사업 수주 업체가 계속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창정비 역시 도맡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하지 못할 경우 국내 잠수함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두 업체만 참여하고 있는 최근 잠수함 관련 사업을 모두 한화오션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우리 방위산업은 유사시에 대비하고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분야별 복수업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제안서 평가는 방위사업청 직원이 아닌 외부 위원들이 담당한다. 업체명 역시 가리고 제출한 자료만을 검토한다. 그러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인데다, 그간의 실적과 보유 기술 등을 기반으로 제안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어떤 업체인지 알 수 있다. 정성적 평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점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방위사업에서 이같은 점수 차는 이례적이어서, 기술적 격차가 실제 평가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게 관련 업계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