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VC 고위 관계자는 “전반적인 민간 출자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정책적 기조와 정치 흐름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VC 업계에도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간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되는 조짐이 보인다며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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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최근의 LP(유한책임출자자) 출자 재개 흐름이다. 과거 정국 혼란과 경기 위축 등으로 인해 벤처투자 시장은 3년 이상 가라앉아 있었다. 실제로 ‘시장 바닥론’까지 거론되며 일부 VC는 문을 닫거나 엑시트(투자회수) 전략을 보류한 채 고사 직전의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가장 두드러졌던 변화는 모태펀드 의존도 증가다. 벤처투자 시장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민간 출자가 눈에 띄게 위축됐고, 이에 따라 정부 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지난해 새로 결성된 벤처투자조합에서 모태펀드가 차지한 비중은 22.4%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기관의 출자 비중은 27.4%에서 18.1%로 줄었고, 연기금 및 공제회는 10.3%에서 5.1%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중소형 VC의 경우 자금 유동성이 더 절박한 상황이다. 이를 방증하듯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2024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는 역대 최대인 196개 조합이 신청했다. 총 79개 펀드가 출자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 중 10개 펀드만이 심의를 통과했다. 출자금액 기준 경쟁률은 무려 7.48:1로, 전년(3.45:1) 대비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이에 따라 VC들은 블라인드펀드 중심의 안정적 자금 확보를 위해 더욱 고군분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VC들 입장에서는 정부 출자 외에 마땅한 유동성 확보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 자금의 유입이 줄어들수록 정부 펀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대 속 불안 공존…반등 지속 여부는 미지수
이러한 흐름 속에서 VC들은 장기 민간 자금을 블라인드펀드에 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한 국내 VC 대표는 “블라인드펀드는 프로젝트 펀드보다 자금 운용이 안정적이어서, 8년 이상 장기 운용이 가능한 민간 자금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이러한 자금 흐름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이 업계 전반에 퍼지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교직원공제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기금·공제회의 출자 기조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여전히 민간 자금은 보수적이고, 자금 조달의 체감 효과는 대형 VC에 국한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반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민간 출자의 절대량은 여전히 2~3년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LP 출자 흐름이 안정적으로 지속될지, 혹은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는 향후 몇 분기 동안의 흐름에 달려 있다고 분석된다.
다른 한 중형 VC 대표는 “자금 경색이 일부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벤처 시장의 체감 회복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정책적 지원과 함께 민간 자금의 신뢰 회복, 그리고 안정적인 장기 유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