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전 대통령은 6일 변호인단을 통해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탄핵 정국에서 자신을 도운 지지층을 다독이는 메시지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사흘째가 되는 이날도 한남동 관저에 머물고 있다. 그는 파면 선고 후 관저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중진들과 만났다. 권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선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를 당부했다.
이를 두고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 장악력을 키운 윤 전 대통령이 파면 후까지 ‘사저정치’를 통해 정치적 입김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낙점하는 사람이 가장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의힘 상왕 노릇하며 또 대한민국을 흔들려 하느냐”며 “국민의힘 역시 극우의 힘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상왕 윤석열과 결별하라”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이 언제 관저를 떠날진 불투명하다. 윤 전 대통령 퇴거 후 경호 방식을 정해야 하는 대통령 경호처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걸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나온 후 일단 취임 전 살았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크로비스타는 2년 동안 비어져 있던 데다가 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동주택이어서 당장 윤 전 대통령 내외 입주와 경호시설을 준비하기에 어려움이 크다. 윤 전 대통령 내외는 이 같은 준비를 이유로 이번 주 중후반에야 관저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파면 결정 후 사흘 후에야 청와대 관저를 떠났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를 떠나 경호가 용이한 서울 외곽으로 거처를 옮길 것으로 전망한다.
대통령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던 수석비서관회의도 이날 열리지 않았다. 정 실장 등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일괄 사의를 표했으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를 반려했다. 앞으로 대통령실 참모들은 한 대행을 보좌하며 정책 백서 발간 등 윤석열 정부 마무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