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으로 인수 평균단가 낮춰주기?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지난 2월28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에 726만1877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19.9999%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한 최대치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2만9180원, 발행 규모는 약 2219억원이다.
문제는 같은 날 롯데그룹이 어피니티에 보유 지분 56.2%(2039만여 주)를 주당 7만7115원에 매각하는 계약도 체결했다는 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162%로, 주당 2만6803원의 초과 가치를 최대주주만 확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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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유상증자 강행 가능할까...법적 제동 가능성은
시장에서는 VIP자산운용 등 다른 주주가 법적 대응에 나설지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집합투자업자인 자산운용사로서는 펀드 수익자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를 고려하면 대응에 나설 명분이 있다는 평가다.
롯데렌탈은 유상증자 목적을 ‘신사업 투자와 채무 상환’이라고 밝혔고, 정관에도 제3자 배정 유증을 허용하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사모펀드인 어피니티가 제 3자라는 점에서 외형상 법적 요건은 충족한 셈이다. 그러나 실제 목적이 어피니티의 인수 편의를 위한 것이라면, 이는 상법상 허용되는 ‘경영상 목적’에서 벗어났다고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실질이 ‘경영권 매각 지원’이었다면 법적으로는 ‘사적 이익을 위한 신주 발행’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유사한 구조였던 고려아연과 영풍 소송전에서 법원이 제3자배정 유증을 무효로 판단한 사례는 있었다. 고려아연이 신주를 발행하는 대상인 HMG글로벌이 고려아연 정관상 제 3자 배정 대상으로 규정된 ‘외국 합작법인’에 해당하지 않아 이에 대한 신주 발행이 위법하다고 봤다. 정관 위반 및 기존 주주의 주주권(신주인수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상법 제418조는 주주 신주인수권을 보호하기 위해 주주 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고려아연 정관은 이를 반영해 제3자 배정의 대상을 ‘외국의 합작법인’으로 한정한다”며 “HMG 글로벌에게 이뤄진 신주발행은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신주 발행이 ‘경영상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경영권 방어만을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영풍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롯데렌탈 건은 고려아연과 달리 외형상 법적 요건은 모두 갖췄고 경영상 판단에 대한 법원의 개입 문턱이 높다는 점에서 법정에서 무효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유상증자 무효 소송은 충분히 제기할만하다 해도, 실질 목적과 정관 위반 등을 일반주주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벽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롯데렌탈 유상증자 사태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이 갖고 있는 구조적 허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제3자 배정 유증은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사실상 지배주주가 인수자와 사적으로 협의해 구조화하고 언제든 소액주주를 배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