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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경선 변수 '대행 대망론'…침묵 속 한덕수 속내는

박종화 기자I 2025.04.12 09:00:00

여론조사서 김문수·홍준표·한동훈 이어 국힘 내 중위권
친윤 의원 "주변서 강력 추천하면 관심 생길 것"
무소속 출마 후 단일화 방안도 거론…경쟁자 견제도 세져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탄핵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던 2004년,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고건 국무총리에게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이 조심스런 말을 건넨다. “총리님, 요즘 시중에 이런 얘기가 돕니다. 탄핵으로 재결이 나면 그때는 권한대행을 하는 현직 총리가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습니다.” 고 대행은 “절대 안 될 일이다. 내가 권한대행으로 국가를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는 사람인데 누구한테 맡기고 입후보를 하느냐”며 “위기관리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내 소명”이라며 일축했다. 이때 고 대행에게 ‘대행 대망론’를 전한 국무조정실장이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 총리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6주년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행 대망론 전하던 한덕수, 이번엔 주인공 돼

21년 후, 이번엔 한 대행 자신이 대행 대망론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갤럽이 8~10일 전국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은 ‘장래 대통령감’으로 2% 지지율을 받았다. 1위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7%)에 비하면 낮지만, 국민의힘 계열 주자 가운데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9%), 홍준표 전 대구시장(5%),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4%)에 이어 중위권에 들었다.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선 차기 대통령으로 한 대행을 꼽은 응답자 비율이 6%로 상승했다. 이 회사 조사에서 한 대행이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대행을 대선후보로 옹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주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본격화했다. 강성 친윤(친윤석열)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주 한 대행을 만나 대선 출마를 권유했지만 한 대행이 거절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까지 준비하는 걸로 알려졌다.

2007년 한 대행과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사진). 지난해 한 대행과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e역사기록관/뉴시스)


중도적 경제 관료 이미지는 강점

대행 대망론을 미는 쪽에선 국무총리(노무현·윤석열정부)와 경제부총리(노무현정부), 주미대사(이명박정부), 통상교섭본부장(김대중정부)을 지낸 경제·통상 전문가로서 한 대행의 이력을 강조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일상이 위협받는 국제 및 국내경제 상황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며 “서울대와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평생 경제관료로 일해왔으며, 통상교섭본부장과 주미대사까지 역임한 한덕수 권한대행이 최적”이라고 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대행과 전화로 통상 문제 등을 논의하며 대선 출마 여부를 물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정치권에선 그 같은 내밀한 내용이 흘러나온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호남(전북 전주) 출신에다가 보수·진보정권을 가리지 않고 중용된 중도적 이미지도 한덕수 대망론 요인으로 꼽힌다. 한 대행은 그러면서도 위헌 논란을 감수하며 야당 추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거나 윤 전 대통령 친구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구여권 지지자 신임을 얻었다.

한 대행은 윤 의원 요청을 거부한 이후 대선 도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정에 전념한다는 뜻은 변함이 없다”며 “정치권 얘기에 일일이 반응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반면 한 친윤 의원은 “한 대행이 (출마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주변에서 강추(강력 추천)하면 관심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로선 한 대행 출마설이 나쁘지 않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한 대행 출마에 관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우리 당의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컨벤션 효과도 높이고, 국민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게 돼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한 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하려면 15일까지 입후보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겨도 다음 달 4일까지만 공직을 관두면 무소속 등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이 떄문에 일각에선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노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안에 관해 “국민의힘은 치열한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최종 후보는 당대표 권한을 갖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 여부는)후보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뒤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은 공감 않는 여의도 이슈” 지적도

대행 대망론의 생명력이 길어질수록 한 대행을 겨냥한 경쟁자들 직간접적 견제도 커지고 있다. 김문수 전 장관은 1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행 출마론에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나라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데 지금 바로 대통령 출마하겠다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한 권한대행에게 전화했더니 ‘절대 정치 안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여권 인사는 “여론조사에서 한 총리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상황도 아니고, 국정 공백 등을 고려하면 막상 사퇴하고 출마하면 지금의 명예도 금이 가 최종후보도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은 크게 공감하지 않는 여의도(정치판)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기대선을 관리해야 할 심판이 심판직을 그만두고 경기에 뛰어드는 것도 한 대행으로선 부담이다. 더욱이 미국발(發) 통상위기가 엄습한 상황에서 국정 최고책임쟈의 자리를 내던지는 건 역풍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황교안 전 총리도 대선 출마를 고심했으나 비슷한 부담 때문에 박 전 대통령 파면 닷새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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