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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사진) 광주관광공사 사장은 “내수 관광·마이스(MICE) 시장이 중요한 건 나라 전체뿐 아니라 개별 지역도 마찬가지”라며 “도시 마케팅의 최우선 타깃을 시민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시민조차 제대로 모르고 외면하는 곳을 외부에서 찾아올 리 만무하고, 설령 온다고 한들 제대로 된 매력과 장점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가 노잼 도시라는 ‘웃픈’ 타이틀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지역 시민부터 ‘내가 사는 광주가 꿀잼 도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김 사장은 “도시 마케팅에서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상대가 익숙함과 친숙함으로 무장한 지역민이라는 말이 있다”며 “지역 안에서 도는 여행 수요인 인트라바운드는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은 덜해도 산업 성장과 시장 활성화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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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토박이인 김 사장은 2023년 9월 공모를 통해 광주관광재단과 김대중컨벤션센터 통합기관인 광주관광공사 초대 사장에 선임됐다. 2003년 모교인 호남대 교수(호텔경영학과)로 임용돼 20년간 강단에 선 그는 공사 사장에 임명되기 전 1년 남짓 광주관광재단 대표직도 맡았다. 광역지자체 관광공사와 재단 대표 중 유일한 여성인 김 사장은 최근 전국 관광공사·재단협의체 차기(2026년) 회장에도 선출됐다.
김 사장은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강조하는 것으로 ‘변화’(Change)를 꼽았다. 재단과 센터를 통합한 공사의 태생적 배경은 물론 책무도 오랜 세월 유지해 온 판을 바꾸는 것이라고 봤다. ‘판을 바꾼다’는 말에서 전해지는 격한 어감이 조심스러운 듯 변화의 궁극적인 목적과 방향은 기존 것을 뒤엎는 ‘개혁’보다 판을 벌리는 ‘확장’으로 봐달라는 당부 섞인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아직도 지역 관광 업계 90% 이상은 지역민을 도시 밖으로 내보내는 아웃바운드업”이라며 “새로운 콘텐츠와 상품을 개발하고 방문객을 제대로 수용할 인바운드로 판의 전환과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재단과 센터를 통합한 이유도 센터에서 열리는 행사들의 인바운드 활성화 효과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지난달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기아(KIA) 타이거즈 홈경기를 연계한 특화 관광상품 ‘야구광 트립’,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소설 속 5·18 민주화운동 사적지를 코스로 엮은 특화관광상품 ‘소년의 길’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첫선을 보인 ‘오월 시네(Cine) 로드’ 당일 버스 여행 상품까지 모두 지역 여행기업과 공동 개발한 인바운드 여행 상품들이다. 모두 지역에서 새롭게 발굴한 인바운드 여행기업들과 공동 개발한 상품들이다.
지난달 선포식을 연 ‘2025 광주방문의 해’ 캠페인도 ‘광주로 오세요’라는 식의 웰컴 마케팅보다 그간 개발한 여행 콘텐츠와 상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공사 출범 이후 1년 넘게 공들여 준비한 결과물을 대내외에 선보일 기회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강원, 경북, 충남 등에 비해 뒤늦게 시작한 방문의 해 캠페인은 제주항공 참사가 계기가 됐지만, 내부적으로 작년부터 시나브로 준비해왔다는 설명도 더했다.
10여 개 지역이 경쟁하듯 캠페인을 벌여 ‘희소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야구광 트립, 소년의 길 같은 특화 관광상품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라는 구상과 함께 “방문의 해 캠페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6월 전국소방체전,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등 대형 행사와 연계한 관광상품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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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광주의 관광·마이스 판을 바꾸기 위한 전략이라면, ‘연결’(Connection)은 이 전략 실행의 방법 즉 전술로 꼽았다. 각기 다른 목표,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개별 행사들을 연계 개최해 몸집을 불리고 세부 콘텐츠는 다양화한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가을 그동안 시기와 장소를 달리하던 축제, 공연, 스포츠 대회, 전시·박람회 등 17개 행사를 하나로 묶은 첫 엄브렐러 이벤트 ‘지(G)-페스타 광주’로 성공 가능성도 엿봤다. 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 세계인권도시포럼, 광주국제인문위크, 무등산인문축제 등을 엮어 봄 버전도 준비 중이다. 오는 2027년 6000명 규모 ‘세계사회학총회’에 앞서 여성과 인권, 평화 등 사회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들로 광주의 5월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김 사장은 “초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12개 기관이 느슨한 연대로 시작한 G-페스타는 추가 예산을 전혀 들이지 않았지만 효과는 이전보다 배가됐다”며 “준비 중인 지-페스타 광주 봄 버전 기간 중에는 세계인권도시포럼, 민주·인권·평화 주제 공모전과 특별전 외에 새로운 토종 국제회의인 ‘인문위크: 민주·인권·평화를 말하다’도 새롭게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공사와 초대 사장의 역할은 단점을 메우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광주 관광·마이스의 장점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동안 없는 것, 안 하는 것 없이 고루 다 갖추고 해왔다는 점 그리고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재방문율”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사장은 “김대중컨벤션센터,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어등산관광단지 등 시설 인프라에 스포츠와 미식, 예술 등 콘텐츠 특히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라는 상징성은 광주만이 지닌 유산이자 장점”이라고 소개한 뒤 “판을 바꾸고 확장하는 연결 전술과 변화 전략이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는 2~3년 뒤면 광주의 위상과 진가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일 것”으로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