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 또 나왔다. 규제로 억눌려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질 경제성장률 0%대, 잠재성장률은 1%대로 추락한 현실에 대한 걱정과 한탄은 넘치지만 근본적인 치료 처방과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글로벌 경제 전쟁은 더욱 격화되는데 천금같이 귀중한 시일을 허비하고 있어 기업가 정신을 짓누르는 ‘바위규제’를 속히 치워야 한다는 전문가 비판이 예사롭지 않다.
맥킨지 한국오피스 송승헌 대표가 엊그제 대한상의에서 열린 ‘새 정부 규제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제기한 이런 고언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할 곳은 당연히 국회와 정부다. 규제의 실질적 산실이 국회라는 지적을 돌아보면 여야 국회의원들이 특히 진지하게 들어야 할 경고다. 그는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은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저성장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기업가정신 쇠퇴”라고 말했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지면서 대기업은 새로운 사업 투자나 인수합병(M&A) 같은 도전을 주저하고 중소기업은 사업 전환에 머뭇거렸으며 스타트업은 내수만 바라봐 경제활력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를 이만큼 성장시킨 주 엔진인 기업가정신은 왜 쇠퇴했는가. ‘잘못된 규제’ 탓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개정, 유연성을 줄이는 고용 노동 규제, 상속세법이 그런 ‘바위규제’라는 게 맥킨지 분석이다. 경직된 노동시장 탓에 해외 기업은 한국 진출을 꺼리고 외국 경영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한국 근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인 못 할 지적이다. 국회의 규제법안 발의 건수만 봐도 19대 1만 7822건에서 20대, 21대에 각각 2만 4141건, 2만 5858건으로 급증했다.
말로는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끝없이 규제를 쏟아내는 입법 관행과 행정 시스템으로는 저성장을 벗어날 수 없다. 기업이 위축돼 성장률이 장기 하락하면 일자리는 급감하고 재정도 고갈된다. 국가경쟁력이 추락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끔찍하다. 이 지적이 새 정부 규제개혁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거대 여당은 토론회의 모든 지적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