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세금 먹는 하마’가 된 용인 경전철 사업에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16일 경전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이정문 전 용인시장, 수요를 엉터리로 예측한 한국교통연구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용인 주민소송단이 지난 2013년 10월 약 1조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소송을 낸 지 12년 만이다. 주민소송을 낸 용인시민들은 용감했고,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 대법원은 지혜로웠다.
용인 경전철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낭비한 대표적 사례다. 용인시는 2004년 캐나다 봄바디어 컨소시엄과 ‘최소 수입 보장’을 담은 협약을 맺었다. 적자가 나면 용인시가 보전한다는 내용이다. 경전철은 2013년 개통했으나 하루 이용자 수는 수요 예측을 크게 밑돌았다. 용인시는 지난해에만 300억원 넘는 돈을 운영사에 지급했다. 계약은 2042년까지 유효하다. 이 때문에 용인시가 운영사에 세금으로 줘야 할 돈이 총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의 욕심과 국책 연구원의 엉터리 예측이 빚은 참사가 아닐 수 없다.
당초 주민소송단은 1, 2심에서 잇따라 졌다. 그러나 대법원이 2020년 7월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결국 지난해 2월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용인시장은 이 전 시장, 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214억원을 청구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번에 대법원이 이를 확정한 것이다. 최고법원이 주민의 편에서 예산 낭비 사업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다른 지자체, 나아가 중앙정부에도 경종을 울린다.
부산김해 경전철(2011년 개통), 의정부 경전철(2012년 개통), 서울 우이신설선(2017년 개통), 서울 신림선(2022년 개통) 등이 수요 예측 실패로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뿐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추진하는 중소형 공항 건설 사업도 사업성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은 결국 해당 지자체 주민 또는 전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당선 욕심에 선심성 정책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은 용인 경전철 판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 또한 국책 연구기관들은 이번 판결을 공정성과 객관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