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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읽씹'이 만드는 고립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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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07.09 05:00:00

인간관계는 상대에 대한 반응
디지털 시대에 작은 표현 더 중요
더 크고, 더 적극적인 반응이 공감 만들고 관계 굳혀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당신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당신의 외모나 성격 때문이 아닐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이 보인 ‘반응’ 탓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관계는 전부 반응 위에 세워진다. 우리가 주고받는 말, 눈빛, 표정, 메시지,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이 곧 인간관계의 골격이 된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읽씹’이다. 메시지를 읽고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 것. 이 단순한 행동 하나가 관계의 시작을 망치고 때론 관계의 끝을 만들어낸다.

‘읽씹’을 당한 사람은 상대가 내 말을 무시했다고 느낀다. 그리고 마음에 작은 금이 간다. 그게 반복되면 결국 관계는 멀어진다. 의도적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끊고 싶다면 ‘읽씹’을 세 번만 해보라. 그 사람은 당신을 서서히 지워나갈 것이다.

왜일까. 그건 우리가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자극과 반응’의 반복이다. 누군가가 말을 걸면 우리는 그 말에 반응한다. 질문을 던지면 답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함께 걱정해준다. 이런 아주 사소한 상호작용들이 쌓여서 신뢰가 되고 친밀감이 되고 결국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척 스윈돌 목사는 말했다.

“인생은 10%는 나에게 일어난 일이지만 나머지 90%는 내가 그것에 어떻게 반응했느냐로 결정된다.”

인간관계도 똑같다. 중요한 건 어떤 말을 들었는가가 아니라 내가 그것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다.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익숙하다.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하는 것, 표정을 읽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디지털이 소통의 중심이 됐고 거리는 멀어졌다.

메신저로 대화하고 영상 회의로 업무를 처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단톡방 안에서 아무 말 없이 ‘눈팅’만 하는 사람들. 확인은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침묵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대화를 시작한 사람은 스스로 허공에 대고 말한 느낌에 빠진다. 그렇게 고립감은 시작된다.

예전에 100명이 있는 대화방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다. 던져진 주제에 반응하는 18명을 남기고 82명을 프로젝트에서 배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 18명이 모든 일을 멋지게 수행해냈다. 아무 반응 없던 88명은 없어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존재감은 ‘반응’으로 증명된다. 아무리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리 좋은 생각을 품고 있어도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읽었다’는 사실 하나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건 ‘읽은 다음에 무엇을 했느냐’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항상 반응을 보인다. 바로 답을 하지 못할 땐 이유를 알려주고 늦을 수 있다는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종종 “잘 들었습니다”라고 말해준다. 또 다른 지인은 내가 쓴 글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직접 복사해 자신의 생각과 함께 답을 건넨다. 이런 사람들은 만나고 싶고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다. 그 두 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나는 그러한 태도를 통해 그녀들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알게 됐다. 그들이 ‘따뜻하게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그런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공감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떨어져 있을수록 더 그렇다. “나도 그런 적 있어”, “네 마음 이해해”, “힘들었겠다” 이런 말 한마디, ‘ㅋㅋ’같은 작은 표현이 관계를 이어준다. 반응이 있어야 공감이 생긴다. 공감이 있어야 연결이 생긴다. 그리고 그 연결은 단단한 관계를 만든다.

‘읽었으면 됐지’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읽었다는 건 아무 의미 없다. 상대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반응 없는 메시지는 벽에 대고 말한 느낌을 준다. ‘좋아요’ 하나, 이모티콘 하나, 짧은 ‘ㅋㅋ’도 좋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여기에 있어”라는 신호가 된다.

비대면 소통이 일상이 된 시대, 반응은 곧 ‘존재의 증명’이다. 아무 말도 없는 회의, 아무 반응 없는 단톡방, 그런 공간은 차갑다. 사람은 차가운 공간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따뜻한 공간은 반응이 있는 곳이다. 멀리 있어도 마음은 가까워야 한다. 그 거리감을 줄이는 건 바로 반응이다.

우리는 이제 디지털로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면 디지털도 따뜻해야 한다. 오프라인보다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공감하고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보이지 않음’이 곧 ‘관심 없음’으로 해석된다. 상대에게 무심한 사람이 된다.

“온라인이니까 어쩔 수 없어.” 이건 변명이다. 진짜 연결되고 싶다면 진짜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반드시 반응해야 한다. 짧게라도. 서툴더라도. 뭔가를 말해야 한다. 회의 중에도, 대화 중에도, 메시지를 볼 때도. 한마디는 꼭 해보자. “좋아요”, “웃겼어요”, “대단해요.” 이 짧은 말들이 관계를 살린다. 사람을 이어준다.

이 시대에 진짜 필요한 건 ‘따뜻한 존재감’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반응하는 사람이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진심을 표현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사람은 마음을 연다. 리더십도, 신뢰도, 모두 반응에서 시작된다.

회사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다. 반응은 상대에게 보내는 신호다.

“나는 네 말에 관심 있어”, “나는 네 편이야”, “나는 널 이해해”.

인간관계는 결국 ‘자극과 반응의 반복’이다. 무반응은 무관심이고 무관심은 관계를 죽인다. 반응은 관심이고 관심은 관계를 살린다. 이 단순한 공식은 디지털 시대에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거리는 멀고 스크린 너머에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람이다. 감정이 있고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을 이어주는 건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그저 ‘작은 반응’이면 된다. 난 카카오톡 친구가 1만 3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내 카톡에 지워지지 않은 ‘1’은 없다. 거의 모든 대화에 반응해준다. 그게 내가 사람을 위하는 방식이다. 일본 작가 나카타니 아키히로는 자신의 저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나를 도와줄 사람의 숫자는 내가 도와준 사람의 합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꾼다. “내 관계는 내가 상대방에 반응한, 그것도 따듯하게 반응한 것들의 합이다”라고.

말 한마디, 이모티콘 하나, 짧은 웃음. 이런 것들이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는 우리를 살린다.

결국 인간관계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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