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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국뽕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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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I 2025.11.26 06:42:15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이른바 ‘국뽕’ 전성시대다. 대한민국은 세계를 호령하는 작은 호랑이다. 경제력과 국방력은 물론 민주주의와 시민의식, 치안 수준은 최상위권이다. 백범 김구가 갈망했던 문화의 힘도 막강하다.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케더헌 등등. 우리의 소프트파워가 세계를 휩쓸 정도다.

모든 것에 K(대한민국)가 붙는다. K팝, K뷰티, K푸드, K드라마뿐만이 아니다. K반도체, K방산, K조선도 어색하지 않다. 과장이 아니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자동차 산업의 제조기반을 모두 갖춘 나라는 드물다. 핵추진잠수함까지 사실상 확보한 국방력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다.

‘K민주주의’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 격변을 두 번이나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반(反)트럼프 노킹스(No Kings)’를 외치는 미국 시민들이 벤치마킹을 언급할 정도다. 뛰어난 시민의식은 수많은 해외 유튜버들이 실험했다. 카페 테이블에 놓인 스마트폰은 몇 시간씩 자리를 비워도 그대로다. 치안 상황도 나무랄 데 없다.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이 경호원도 없이 서울 거리를 활보할 정도다.

K컬처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과거 아시아에 국한됐던 한류를 완벽하게 뛰어넘었다. 월드투어 매진에 우리말 떼창까지. BTS나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팝은 압도적이다. K드라마가 없는 넷플릭스는 상상조차 힘들다. K푸드를 대표하는 불닭볶음면은 세계인의 소울푸드다. K뷰티는 미국 백악관 대변인까지 챙길 정도다.

낯설기만 하다. 늘 선진국을 배워야 한다고 외쳤던 대한민국이었다. 우리가 부정해도 세계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본다. 지난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했다.

의문이 남는다. 대한민국이 과연 이 정도 실력일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헬조선 담론이 춤을 추는 나라였다. 어쩌면 지금도 헬조선 담론은 여전하다. 게다가 다이아몬드부터 시작해 금·은·동을 거쳐 흙까지 이어지는 수저계급론 또한 견고하다. 한국사회 역동성의 근본이었던 개천용은 이젠 불가능하다. 교육·계층·자산 이동의 사다리가 구조적으로 붕괴됐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하나만 짚어보자. 흘러넘치는 국뽕대로라면 대한민국은 분명 살기좋은 사회다. 모자랄 게 없어야 한다. 다만 국뽕을 철저하게 반증하는 건 바로 저출산고령화다. 특히 저출산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합계출산율의 최근 소폭 반등에도 본질적 상황은 여전하다. 결혼, 출산, 양육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무너졌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재생산은 점차 불가능해지고 있다. 아무리 AI시대라지만 인구는 국력의 기본이다. 세계적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공개적으로 한국의 소멸을 경고했을 정도다.

틀린 게 하나 없는데 왠지 씁쓸하다. 저출산만이 아니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한국사회는 여전히 문제투성이다.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에 이어 자산·소득의 편중, 세대·지역·성별 갈등까지. 따져보면 해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난제다. 사실상 국뽕에 가리워진, 거대하고도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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