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100주년 춘향제…지역축제 넘어 글로벌 유산으로 육성"

강경록 기자I 2025.04.18 06:00:42

최경식 남원시장, 춘향제의 미래를 말하다
남원 춘향제, 韓 정체성 담은 문화 플랫폼 진화
‘보는 축제’에서 ‘참여하는 축제’로의 전환
다국적 예술단, 외국인 춘향 선발 등 세계와 소통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준비해야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제95회 춘향제 프레스데이 & 앰버서더 네트워킹에서 최경식 남원시장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사진=남원시청)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춘향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닙니다. 한국인의 정체성과 정신을 축제 형식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오는 2030년, 전북 남원의 춘향제는 100회를 맞는다. 국내에서 ‘백돌이’라는 표현은 흔하지 않지만 하나의 축제가 한 세기에 걸쳐 이어진 사례는 대한민국 안팎을 통틀어도 매우 드물다. 춘향제는 단지 오래된 축제가 아니다. ‘춘향과 이몽룡’이라는 고전 서사 위에 민족 문화, 전통 예술, 지역 공동체, 그리고 시대정신까지 담아온 대한민국의 원형적 문화 플랫폼이다. 이제 남원은 춘향제를 지역의 대표 관광자산에서 더 나아가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K-컬처형 글로벌 유산’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지난 10일 남원 춘향제의 변화와 앞으로의 100년에 대한 구상을 듣기 위해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남원 춘향제 앰버서더 네트워킹·프레스 데이’에서 최경식 남원시장을 직접 만났다.

매년 5월 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난 날에 맞춰 전북 남원에서 열리는 ‘춘향제’ 지난 행사 모습. 올해 춘향제는 이달 30일부터 5월 6일까지 남원 광한루원 및 요천변 일원에서 개최된다. (사진=남원시)
◇‘관람형’서 ‘몰입·체험형’ 축제로 업그레이드


“올해 95회 춘향제(4월30일~5월6일)는 주제가 확연히 다릅니다. ‘춘향의 소리, 세상을 별(鳴)다’라는 슬로건 아래, 단순히 국악 공연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의 전통 소리·현대 음악을 포함해 153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최 시장은 올해 춘향제의 핵심 키워드로 ‘참여·세대통합·미디어융합’을 꼽았다. 특히 ‘대동놀이’에 남원 23개 읍면동 주민 전체가 참여해 세대와 지역의 경계를 넘는 퍼포먼스를 기획하고 있다. 청사천 일대에는 야경 콘텐츠와 함께 미디어 아트가 가미된 ‘야간 판타지 라인’을 조성해 전통 공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아이부터 어르신,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한 축제입니다. 축제의 질은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체로 참여했느냐’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춘향제가 단순히 지역 관광행사가 아닌 ‘글로벌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올해 처음 외국인을 포함한 9명의 춘향을 선발하는 ‘글로벌 춘향 선발 대회’, 불가리아·몽골·대만·일본·중국 등 다국적 예술단이 참여하는 ‘국제 교류 공연단 초청’, 모든 관광객에게 한복 착용을 유도하는 ‘한복 입장 장려 캠페인’, 글로벌 OTA와 유튜브 등과 연계한 ‘영문 홍보 영상 및 플랫폼 통합’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문화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게 해야 세계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춘향제의 글로벌화는 무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바꾸는 일입니다.”

최 시장은 K팝, 드라마와 같은 대중 콘텐츠만이 세계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전통과 정체성을 간직한 축제일수록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5월 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난 날에 맞춰 전북 남원에서 열리는 ‘춘향제’ 지난 행사 모습. 올해 춘향제는 이달 30일부터 5월 6일까지 남원 광한루원 및 요천변 일원에서 개최된다. (사진=남원시)
◇‘춘향’이라는 서사가 가진 힘… 그리고 도시의 정체성


일각에선 춘향제가 외부적으로 화려해지는 만큼 그 핵심 스토리가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단호한 답변을 내놨다.

“춘향제의 정체성은 ‘사랑’, ‘항거’, ‘공동체’입니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축제였습니다. 춘향의 순애보가 가진 저항성과 공동체적 가치가 축제의 본질이죠. 그 정신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에 최 시장은 춘향제를 단순한 판소리의 재연이 아닌 춘향이라는 여성 인물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춘향이 지닌 ‘자기결정권’과 ‘사랑의 주체성’은 오늘날 세계 문화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가치라는 것이다.

춘향제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축제를 찾는 외지 관광객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불편함 중 하나는 숙박과 편의시설의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남원은 최근 몇 년간 관광객의 급증에 대비해 수용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있습니다. 특히 숙박 인프라에 대해서는 유휴 콘도 리모델링, 캠핑형 차박 구역 확대, 그리고 민간 협업형 민박 시스템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최 시장에 따르면 남원시는 수십 년간 방치됐던 유휴 콘도(260실 규모) 리모델링, 차박용 주차장, 유채꽃밭 미디어존, 야경 투어 전용 코스 신설 .백종원 로컬푸드존과 지역 농산물 플리마켓 운영 등의 음식 콘텐츠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관광은 콘텐츠만이 아니라 ‘머무는 경험’이 전부입니다. 축제장이 아닌 도시 전체가 축제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매년 5월 춘향과 이몽룡이 처음 만난 날에 맞춰 전북 남원에서 열리는 ‘춘향제’ 지난 행사 모습. 올해 춘향제는 이달 30일부터 5월 6일까지 남원 광한루원 및 요천변 일원에서 개최된다. (사진=남원시)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축제… 유네스코 등재 추진


남원시는 춘향제를 100회째인 2030년을 기점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단지 외적 포장을 위한 등재가 아니라, 축제의 정신과 공동체 기반을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건 ‘기록’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세계인이 인정할 만한 문화적 완성도를 유지해야 하죠. 그래서 우리는 학술 포럼, 문화콘텐츠 커리큘럼, 국제 학회 개최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최 시장은 춘향제의 다음 100년은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닌,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 생태계를 결합한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향제는 오래된 축제입니다. 그러나 오래된 것이 반드시 낡은 것은 아닙니다. 남원시는 춘향제에 생명력을 더하고 축제를 플랫폼으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하려 합니다. 콘텐츠는 진화하고, 서사는 확장되고, 시민은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원이라는 도시의 브랜드는 ‘사랑과 문화의 중심’으로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춘향제의 다음 100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TheBeLT

- 부산관광공사, ''올댓트래블''서 ‘부산 미식여행’ 알린다 - 포항, 부킹닷컴 여행지 검색 증가율 1위…"황금연휴 특수 기대" - 롯데관광개발, 제주 드림타워 역대 최대 400명 대규모 채용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