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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인플레·금리' 파월 입에 쏠린 눈

양지윤 기자I 2025.04.04 06:00:00

4일 고용보고서 발표 당일 연설
"관세 인플레 일시적"…트럼프 상호관세 발언 주시
연준, 트럼프 관세에 진퇴양난
경기침체 우려 속 파월 경제·물가 전망 주목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 등 전 세계를 상대로 예상보다 강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로 경기 침체 속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일 수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조치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모두 끌어올려 연준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오는 4일 경제 전망을 주제로 연설에 나서는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와 물가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사진=AFP)
◇고용보고서 발표 당일 연설…트럼프 상호관세 등 발언 주시

주요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4일 오전 11시25분(한국시간 5일 새벽 12시25분) 비즈니스 저널 컨퍼런스에서 연설에 나선다.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을 주시하는 이유는 같은 날 고용보고서가 나오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 후 공개 석상에서 이뤄지는 첫 연설이기 때문이다. 관세 조치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그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외부 예측을 보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지만, 여전히 비교적 적당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며 시장을 달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최근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에 파월 의장이 ‘경제 전망’(Economic Outlook)을 주제로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우려를 어떻게 평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대미 무역 흑자 국가에 추가로 징벌적 관세를 얹는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미국은 오는 5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의 일부 주요 무역 상대국들에 대해서는 오는 9일부터 그보다 더 높은 관세를 매겨 한국산 모든 제품에 대해서는 25%의 상호관세를 부과된다.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 차등을 둔 관세율을 적용한다.

이번 조치로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율의 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면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소비자 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구매력 저하는 2~3분기 실질 가처분 소득 증가율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려 경기가 침체 수준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 판넬을 들고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연준, 관세에 진퇴양난…美 경제·물가 전망 주목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런 정책들이 계속된다면 미국과 글로벌 경제를 올해 안에 경기침체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앞서 JP모건은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한 상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최근 경기 침체 확률을 20%에서 35%로 올렸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도 전문가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유지되고 상대국가가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이어 세 번째 글로벌 경기침체가 몰려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예상보다 강한 수준으로 나오자 연준이 오는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채권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6월부터 금리인하에 나서며 10월까지 총 3번 인하하는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다. 미국 국채 선물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0%로 제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전 60%에서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관세가 물가를 자극, 연준이 금리 인하로 경기 침체 위험에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지속할 것으로 보여 연준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이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는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어 미 경제에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 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한편에서는 성장률 둔화와 실업률 상승으로 인해 부양에 나서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처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조셉 브루수엘라스 RSM U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관세 조치가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여 연준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3~4%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인하해도 경기 하강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월 의장의 연설과 같은 날 마이클 바, 크리스토퍼 연준 이사도 공개 석상에서 발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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