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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록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지난 2021년 규모(199건)의 절반도 되지 못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피치북은 그 이유에 대해 “벤처캐피털(VC) 거래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며 “지난 2023년 하반기 메가 라운드가 잇따라 성사되면서 2024년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었으나, 이내 시장 분위기를 이겨내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유의미한 투자 라운드도 탄생했다. 특히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상위 3개 스타트업은 모두 영국을 기반으로 했다.
우선 영국 기반의 친환경 데이터센터 플랫폼 ‘그린스케일’로, 모회사 DTCP를 비롯한 일부 투자사로부터 12억 유로(약 1조 8200억원)를 투자 받았다.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그린스케일은 기술 발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회사다.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고객사에 맞춤형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린스케일 다음으로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곳은 영국의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웨이브’다.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교 연구실에서 탄생한 해당 회사는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약 10억 유로(약 1조 5165억원)를 유치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마무리된 시리즈B 라운드이 5배 규모로, 투자사들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도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웨이브의 AI 소프트웨어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영국의 AI 기반 금융 서비스사 ‘어바운드’ 역시 GSR벤처스와 시티그룹 등으로부터 약 1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받았다. 어바운드는 오픈뱅킹 데이터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비자의 신용 점수를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대출 규모는 1000 파운드(약 183만원)에서 1만 파운드(약 1829만원) 수준으로, 은행 대비 이자율이 낮고, 상환 기간도 최대 5년까지 선택할 수 있어 젊은 소비자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혁신기술 분야의 스타트업들 중 성장 단계에 접어든 곳이 늘어난 만큼, 관련 투자 라운드 규모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는 모양새다. 보고서는 “지난해 유럽에서 이뤄진 대규모 투자 라운드 대부분은 AI 기반 기술에 치우쳤다”며 “이 밖에 데이터센터와 관련 기술 부문 역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