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RAV4 美 생산 본격 검토
BMW·아우디·벤츠도 현지화 속도 높여
관세·환율 피하고 시장 경쟁력 확보
현대차그룹 ''선제 투자'' 속도 높일까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미국 정부의 자국 생산 압박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확대에 속속 나서고 있다. 선제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펼쳐온 현대차그룹의 투자 시계에도 시선이 쏠린다.
 | 독일 서부 에센 지역 자동차 물류 터미널에 주차된 신차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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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AV4’ 차세대 모델을 2027년부터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일본·캐나다 생산에서 미국 현지 생산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 “관세와 환율, 정책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썼다. RAV4는 지난해 미국에서 47만 5000여대가 팔리며 미국 시장 1위에 오른 핵심 차종이다. 토요타로서는 관세와 환율이라는 복합 리스크를 피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폭스바겐그룹도 지난 18일(현지시간) 아우디의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혼다는 시빅 하이브리드의 생산을 일본에서 인디애나 공장으로 이전하며 미국 판매 차량의 9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BMW는 연간 40만대 수준인 미국 내 생산량을 48만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의 현지 생산 비중을 2027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는 안을 각각 검토 중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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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생산 비중을 늘려 정책 리스크와 시장 점유율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투자 행보’인 셈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투자를 해야 2027년쯤 가서야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바깥에서 생산해 관세를 내고 미국에 들어오는 구조는 점점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흐름”이라고 했다.
일찌감치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구축한 현대차그룹의 투자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연간 생산량을 50만대로 늘리는 것을 비롯해 미국 생산 물량을 연간 120만대로 확충하기 위해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입키로 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그룹 내 다양한 브랜드 물량을 빠르게 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투자를 즉각 집행하든 아니든, ‘투자 발표’는 생존을 위한 필수 카드”라며 “현대차 역시 이런 흐름에 앞서 선제 대응해 온 만큼 당분간 기존 수출 물량을 활용하며 상황에 대응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