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은 김현우·배명애 박사팀이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을 모사한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며 조직의 특정 부위 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나노 탐침 기반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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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질환 신약 개발은 질환을 모사한 인공장기에 후보약물을 투입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측정 분석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기존 검사 방법은 질환 모델 인공장기의 전체 부위를 파괴될 때까지 누르면서 간 조직의 딱딱한 정도(경도)를 측정했다. 이에 따라 살아 있는 상태에서 계속적인 측정이 불가능하며 특정 위치의 경도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다.
연구팀은 지방간 질환 상태로 만든 간 오가노이드(인공 장기)가 살아있는 상태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 단위의 미세한 압력으로 좁은 영역을 선택적으로 누르고 측정값을 분석하는 계산식을 개발해 인공장기를 파괴하지 않고 위치별 경도를 정량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우선 지방이 쌓인 곳에서 강한 빛이 나오도록 인공장기에 형광염료를 염색해 위치를 먼저 찾았다. 그리고 해당 부위에 ‘매우 작은 막대기(나노 탐침)로 미세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나노 탐침이 인공장기를 누를 때 휘어지는 정도는 탐침 표면의 레이저 반사를 통해서 정밀 측정했다. 측정 결과를 연구팀이 개발한 수학적 계산식으로 분석하면, 지방 축적에 따른 경도 변화를 ‘영률’이라는 정량적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
기존 방식은 인공장기를 고정하느라 약품 처리해 죽였던 반면, 이번 나노 탐침 기술은 인공장기가 계속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배양액 내에서 적용할 수 있다. 5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얕은 깊이만 눌러 간 조직에도 손상을 주지 않는다.
또 지방 축적 형광 영상을 통해 측정 위치를 찾은 결과, 전체 측정 시간은 무작위 측정 방식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측정 후 간세포 생존율이 97% 이상 유지되는 등 손상도 최소화됐다.
연구팀은 하나의 인공장기를 손상되지 않고 계속 사용하며 간 질환 진행 상황을 단계별 연속 측정하는 약물 효능 평가 기술도 만들 계획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간 질환뿐 아니라 다른 질환의 신약 개발 과정에도 널리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ACS 생체재료 과학 및 공학’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