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과 철강이 위기에 몰린 대표적 산업으로 떠올랐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세계적인 경기 둔화, 국내외 탄소 배출 규제 강화, 미국발 관세전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두 산업에서는 기업들이 사업 부진과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응해 관련 업계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순조롭지 않다.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관련 법규가 장애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 전체가 부실화해 그 파장이 국가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업계가 우선적으로 꼽는 장애물은 공정거래법의 담합 금지 조항이다. 사업재편을 위해 생산설비를 통폐합하고 생산량을 감축하려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가격도 협의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활동이 담합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국회미래연구원이 주요 기업들과 함께 연 ‘미래산업포럼’에 참석한 기업들도 이구동성으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의 인수합병(M&A) 제한 조항도 걸림돌이다. 시장점유율 합계가 업계 1위인 기업들 사이의 결합은 사실상 금지되기 때문에 M&A가 구조조정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는 ‘빅딜’이 효과적 구조조정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막상 기업들은 선뜻 이에 나서지 못한다.
기업활력제고법에 근거한 정부의 사업재편 기업 지원 대상에서 대기업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후보로 선정돼도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도 있다. 오히려 대기업들의 덩치 큰 사업재편이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면 문제를 더 이상 놔두기 어렵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사업재편 목적의 생산설비 양도나 폐기에 따르는 세금 부담을 대폭 줄이고 관련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기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 추진 의지를 보였다. 특히 사업재편에 대한 공정위 인가를 산업부 장관의 사전 공정위 의견 청취로 대체하는 방안 등 구조조정 관련 법규 개정 의견을 밝혔다. M&A를 저해하는 공정거래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위기산업 구조조정은 좌고우면할 사안이 아니다. 속도전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