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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원유 비축으로 돈 벌며 안보 강화…자원개발 노력도 필요”

김형욱 기자I 2025.04.24 05:20:00

[인터뷰]안범희 한국석유공사 비축사업본부장
사우디·UAE 이어 쿠웨이트산 원유도 비축 개시
“중동은 동북아 거점, 韓은 공급망 안정 ‘윈윈’
자원안보 근간은 자원개발…꾸준히 추진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 원유를 국내 비축기지에 맡아줌으로써 이들로부터 보관료를 받으며, 국내 에너지 위기 때 필요한 원유 비축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안범희 한국석유공사 비축사업본부장<사진>은 23일 이데일리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중동 주요국과의 국제공동비축 사업 확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날 울산항에는 앞으로 한국에 보관하게 될 쿠웨이트산 원유 KEC 2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이 도착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PC)가 지난해 10월 석유공사의 계약에 따라 울산비축기지에 보관키로 한 원유 400만 배럴의 절반이다.

석유공사는 이로써 총 9900만배럴에 이르는 국내 원유 비축분 중 13%에 이르는 물량을 중동 3대 산유국으로부터 돈을 받고 맡아주는 형태로 비축할 수 있게 됐다. 석유공사는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ADNOC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도 동일한 계약을 맺고 원유를 들여온 바 있다. 중동 국영기업으로선 동북아 시장 원유 비축 거점을 확보하고, 우리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필수적인 전략비축 원유를 보관료를 받으며 확보하는 ‘윈-윈’ 모델이다.

안 본부장은 “각 계약에 우선 구매권이 포함돼 있어 평시엔 보관료를 받으며 비축해뒀다가 유사시 비축유로 활용할 수 있다”며 “중동에서 급히 원유를 들여오려면 최소 2~3개월이 걸리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 채 즉시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울산항에 200만 배럴의 쿠웨이트산 원유를 싣은 운반선이 입항해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를 울산비축기지에 보관하며 국내 수급불안 상황에 대비한 비축유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석유공사)
석유공사가 이 같은 국제공동비축 방식을 도입한 계기는 1998년의 외환위기다. 국내 수급위기에 대비한 비축유가 필요한데 당시 이를 확보할 달러가 없어 이 방식을 고안했다. 일본도 2006년 이를 벤치마킹했으나 후발 주자인 탓에 우리와 달리 보관료를 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정착한 상황이다.

그는 “미국, 일본 등 모든 나라는 원유 수급위기에 대비해 적잖은 비용을 들여 비상 대응능력을 상시 유지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돈을 벌면서 비축유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비축사업예산으로 약 235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를 맡은 공기업 석유공사는 비축사업 과정에서 3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년 연속으로 ‘흑자’ 원유 비축에 성공했다. 원유 비축에 필요한 비용 부담 최소화를 위해 국제공동비축 사업과 함께 비축유를 활용한 트레이딩과 시설 임대 등 수익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석유공사는 더 나아가 민간 석유화학기업과 함께 원유 가공에 필요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 허브’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석유화학단지가 모여 있는 여수와 울산 북항에 이 같은 상업용 탱크터미널을 운영 중인데, 울산 남항에도 관련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꾸준한 국내 자원개발 노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동해 심해 탐사사업이 정치적 논란이 되며 난관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국내 에너지 안보를 궁극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건 국내에서 원유를 찾는 것”이라며 “당장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작은 규모로라도 차분하고 꾸준하게 추진해나간다면 결과적으론 국민 편익으로 되돌아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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