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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울산항에는 앞으로 한국에 보관하게 될 쿠웨이트산 원유 KEC 200만 배럴을 실은 유조선이 도착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PC)가 지난해 10월 석유공사의 계약에 따라 울산비축기지에 보관키로 한 원유 400만 배럴의 절반이다.
석유공사는 이로써 총 9900만배럴에 이르는 국내 원유 비축분 중 13%에 이르는 물량을 중동 3대 산유국으로부터 돈을 받고 맡아주는 형태로 비축할 수 있게 됐다. 석유공사는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ADNOC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도 동일한 계약을 맺고 원유를 들여온 바 있다. 중동 국영기업으로선 동북아 시장 원유 비축 거점을 확보하고, 우리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필수적인 전략비축 원유를 보관료를 받으며 확보하는 ‘윈-윈’ 모델이다.
안 본부장은 “각 계약에 우선 구매권이 포함돼 있어 평시엔 보관료를 받으며 비축해뒀다가 유사시 비축유로 활용할 수 있다”며 “중동에서 급히 원유를 들여오려면 최소 2~3개월이 걸리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 채 즉시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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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 일본 등 모든 나라는 원유 수급위기에 대비해 적잖은 비용을 들여 비상 대응능력을 상시 유지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돈을 벌면서 비축유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비축사업예산으로 약 235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를 맡은 공기업 석유공사는 비축사업 과정에서 3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년 연속으로 ‘흑자’ 원유 비축에 성공했다. 원유 비축에 필요한 비용 부담 최소화를 위해 국제공동비축 사업과 함께 비축유를 활용한 트레이딩과 시설 임대 등 수익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석유공사는 더 나아가 민간 석유화학기업과 함께 원유 가공에 필요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 허브’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석유화학단지가 모여 있는 여수와 울산 북항에 이 같은 상업용 탱크터미널을 운영 중인데, 울산 남항에도 관련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꾸준한 국내 자원개발 노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동해 심해 탐사사업이 정치적 논란이 되며 난관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국내 에너지 안보를 궁극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건 국내에서 원유를 찾는 것”이라며 “당장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작은 규모로라도 차분하고 꾸준하게 추진해나간다면 결과적으론 국민 편익으로 되돌아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