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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금융주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로 불리며 ‘만년 저평가’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지난해 KB금융의 12월 결산 기준 PBR은 0.55배로 이는 2020년부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마찬가지로 신한지주와 메리츠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의 지난해 PBR은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숫자를 찍었다.
밸류업 정책의 주된 목적이 저 PBR 주들의 가치를 올리기 위함이었고, 금융업에 속한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지난해 높아지면서 주가도 상승 추세에 올라탔으나 올해부터는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주가가 하락했고, 밸류업 정책이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국내 조기 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트럼프발 관세 영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다시 밸류업 정책이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먼저 금융주들의 실적을 비롯한 펀더멘털이 튼튼한 편이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발표한 ‘12월 결산법인 2024사업연도 결산실적’에 따르면 연결기준 금융업 43개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14.29%, 12.51% 늘어났다. 증권의 순이익 증가율이 60.83%로 가장 높았고, 보험(11.50%), 금융지주(9.80%) 순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내달에는 밸류업 우수공시 법인 지정과 함께 각종 혜택이 주어지고, 오는 6월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이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이 여전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밸류업 우수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등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벤치마크한 일본에서도 에너지·종합상사와 함께 금융주가 일본 증시를 끌어올린 주도주 역할을 한 것으로 고려해봤을 때 향후 시장이 방향성을 잡으면 국내 증시에서도 금융주가 주도주 역할을 꿰찰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 대형은행 업종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돌파한 바 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독보적 성과를 보였던 금융업종은 올해 밸류업 모멘텀이 휴지기에 접어들고, 관세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수익성 둔화 우려로 주가상승 동력이 약화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은행 업종은 주가가 충분히 조정을 받은 상태고, 증권 업종은 투자 매력도가 여전히 높다고 판단한다”며 “확대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어 개선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