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개별적으로 관세폭탄에 대응하는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며칠 전 백악관에서 미국내 제철소 건립 등 대형투자 계획을 밝혔다. 26일엔 조지아주에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가졌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만든 차는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여전히 관세 부과 대상이다.
정 회장은 “관세는 국가와 국가의 문제”라며 “기업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관세 정책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며 “4월 2일 이후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민관 공조를 강조한다. 그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만 나가서 전쟁을 할 방법도 없다”며 “미국도 정부와 기업이 뭉쳐서 대응하고 중국도 그렇게 하는데 우리는 각자도생하자는 게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세전쟁은 2차 세계대전 후 70년 넘게 이어진 세계경제 질서를 다시 짜는 대사건이다. 자유무역 시대는 가고 강자가 판을 흔드는 보호무역 시대가 왔다. 국가별 상호관세가 최대 50%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한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암초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으면 격변기 국익을 지켜낼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자동차 업계와 민관합동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최 회장은 “이벤트성 원팀이 아니라 ‘원보디’와 같은 원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이미 글로벌 경제전쟁의 최전선에서 전투를 치르는 중이다. 정부, 특히 정치권이 기업인들의 애타는 호소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