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범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은 최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며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패턴 인식,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관련 전문가로, 2022년 한국블록체인학회장에 취임한 뒤 재선에 성공해 2026년 12월까지 학회를 이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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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연계 기술, 트럼프 2기에 더 중요
박 회장은 블록체인을 가상자산과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이 투자나 재무 관점이라면, 블록체인은 미래 기술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가상자산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두 기술은 함께 살펴보고 연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에 자본이 몰리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자본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져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가상자산 정책은 트럼프 집권 2기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중심의 관세 정책을 펼치면서도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미 ‘비트코인 전략비축’에 서명했으며,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특히, 인공지능과 가상자산을 함께 다룰 총괄 책임자로 데이비드 색스를 임명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가상자산의 근간인 블록체인 기술이 AI의 보안, 정보 활용, 데이터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인공지능 비서가 거래를 성사시키면 책임질 사람이 없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블록체인은 거래 주체와 증명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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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은 AI와 접목되어 산업, 특히 무역 분야에서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퓨처센스와 같은 기업은 식품 원산지, 냉장 상태, 포장 날짜 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디지털 주민등록증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을 추진해 모든 무역 거래 상품에 아이디를 부여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바코드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유통 및 무역 공정 관리도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이러한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투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패권 기술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가상자산이 경제와 연결된 만큼, 블록체인 기술은 강대국의 정책이 될 수 있으며, 강대국의 영향력 아래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주 분야나 AI 분야처럼 블록체인도 강대국 중심의 패권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봤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과 비슷한 점이 많아 작은 나라들도 도전할 여지가 있다”며 “블록체인 산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우리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외적인 블록체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응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연구개발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데이터 경제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이 있으며, 202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33억원을 투자해 합의기술, 스마트 계약 보안, 분산신원증명 기반 개인정보 처리 및 신원 관리 기술, 데이터 주권 보장 관리 기술 등을 개발해왔다.
그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사업을 추진하고, 연구 사업에 참여한 수호아이오가 스마트 계약 관련 기술을 개발해 산업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 사업이 종료되며 후속 사업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과 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올해 블록체인 예산이 최소화되었고, 가상자산과 달리 블록체인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며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이 다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블록체인 R&D의 필요성을 인터넷 시대와 비교하며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시대에 우리나라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성공을 거뒀듯 이제 블록체인 시대가 다가왔고, 강대국들이 가상자산을 기술 블록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블록체인에 투자하고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범 한국물리학회장은…
△서강대 전자계산학 학사 △미국 뉴욕대(Tandon) 전자계산학 석사 △미국 뉴욕대(Tandon) 전자계산학 박사 △현 단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현 단국대 부설 자율형 블록체인 융합연구소장 △현 한국블록체인학회장 △현 가상자산위원회 민간위원 △전 분산원장기술 표준화포럼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