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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도체 클러스터 건설현장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들

논설 위원I 2025.04.23 05:00:00
글로벌 반도체 대전이 ‘트럼프 관세전쟁’과 맞물려 한 치 앞 전망이 힘든 와중에 국가적 대역사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지지부진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가세한 고질적 님비(NIMBY)현상 탓이 크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저렴한 구내식당 대신 동네 식당을 이용하라는 주민들 민원까지 끼어드는 등 지체된 공사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가동할 송전망 공사 지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입주 기업들을 긴장시킨 데 이어 LNG(액화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 연료 공급관 노선도 최근 변경됐다. 전체 노선 중 짧은 구간이 관내를 통과하는 안성시의 반대로 용인시와 SK하이닉스는 완전히 새로운 노선을 마련해야 했다. 미래 한국의 먹거리 전략 산업인 반도체 새 거점이 기피 시설로 지목된 탓이다.송전망과 LNG 공급관 건설 문제는 자칫 한국 최대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수한 논란을 극복하고 2019년 3월 수도권정비위원회를 통과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인근 주민의 민원과 토지 보상 문제로 2년 늦은 올해 2월 공장 착공에 나섰다.

글로벌 반도체 대전 대응은 한시가 급한데도 정부는 이런저런 지역이기주의에 사실상 뒷짐이다. 선거철이 되자 더 심해졌다. 지금 미국은 첨단 반도체 산업 자체를 자국 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세금과 보조금, 금융지원과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총동원하고 있다. 3년 전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시 170억달러(약 24조원)짜리 공장 설립은 2개월 만에 지원 조례와 진입로 공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 건설도 5년이 걸린다는 예상을 깨고 22개월 만에 완공됐다. 24시간 철야 공사를 허용한 정부와 지역 주민 지원에 힘입은 바 컸다.

우리의 경우 반도체특별법도 오랜 논란 끝에 겨우 신속처리안건으로 정해졌으나 아직 시행은 멀었다. 뒤늦은 지원법보다 지자체까지 가세한 님비 근절이 더 중요해졌다. 온갖 님비의 이면에는 결국 ‘돈 내놔라’는 요구가 도사리기 일쑤다. 글로벌 대전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한 ‘체면 유지’, 즉 보상을 해줘야 일이 된다. 님비는 물론 지자체 눈치까지 봐야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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