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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기업회계·가상자산거래·방산 3개 분야 '독과점' 살핀다

하상렬 기자I 2025.04.23 05:00:00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연구용역
회계·가상자산거래소·방산 시장 사실상 독과점
시장구조, 관련 규제·법 제도 파악해 개선방안 제시
"모두 독과점적 요소 있다…시장 특성 고려해 연구해야"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회계감사와 가상자산거래, 방위산업 시장 분야의 독과점적 요소를 들여다본다. 각 시장구조와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을 살펴보고,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시장 구조 분석·독과점 요소 파악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과는 최근 ‘기업회계감사 분야·가상자산거래·방위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각 시장 특성과 구조를 분석하고 독과점적 요소를 파악하는 것이 연구 목적이다. 규제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재화·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각종 대안 모색을 모색하겠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매년 특정 시장을 선정해 독과점적 요소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빵·주류 등 먹거리시 장에 주안점을 뒀다. 그 결과 공정위는 설탕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해 제당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주류도매협회의 술값 담합 행위를 적발해 제재했다.

공정위가 이번에 살피는 세 시장은 모두 독과점적 측면이 있다고 평가받는 분야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구가 잘 안 됐거나 새로운 시장에 대해 어떤 시장인지 들여다보는 것이 1차 목표”라며 “그 결과 독과점적 구조가 형성돼 있는 시장이라면 그 구조가 형성되는데 어떤 제도적 측면이 영향을 미쳤는지, 개선 여지가 있는지 살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회계·방산 ‘빅4’…가상자산거래 ‘빅2’

기업회계감사 시장은 삼일·안진·삼정·한영 등 이른바 ‘빅4’가 국내 대기업들의 회계감사를 독점하는 측면이 있다. 2022년 금융당국이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에 대한 대형회계법인 지정감사 규정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하면서 중견회계법인들이 시장에서 배제됐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기업회계감사 분야 시장상황, 거래당사자별 이해관계와 요구사항, 법·규제현황 등을 분석한다. 특히 2018년 11월 신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기업회계감사 분야에서 회계법인 간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 내용을 파악해 현행 규제가 시장 경쟁자 수, 사업자 경쟁능력·유인 또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는지를 정성·정량 평가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감사인 지정제의 도입 이유·근거·합리성을 검토하고, 감사인 지정제가 중소형 회계법인 수임기회·감사보수 변동 등 기업회계감사 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한다. 또한 대형회계법인 지정감사 규정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한 이후의 대형 회계법인 회계감사 쏠림 현상도 살펴본다.

가상자산거래 시장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의 시장 점유율이 최소 90%에 달하는 등 독과점이 문제로 손꼽힌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비트 독과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경쟁 상황과 시장을 분석하고 필요하면 연구용역을 통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가상자산거래 시장이 아직 경쟁법 관련 규제가 미비한 신산업인 만큼 가상자산 시장을 획정하고 시장 경쟁 환경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산업 내 경쟁을 제한하거나 이용자 후생 감소를 유발하는 제도적 요인을 검토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의 가상자산 사업자 관련 진입·행위규제 등도 비교할 방침이다. 특정금융정보법,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경쟁제한성을 분석해 개선방안도 마련한다.

방산시장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4대 기업이 사실상 독과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일반적인 상업 시장과 다른 방산의 특수성을 분석하고 신규진입이 지연되거나, 사업활동 범위가 제한될 우려가 있는 제도적 요인을 분석해 개선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세 시장 모두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는 산업 구조에 비춰 독과점적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지를 포착해내고 경쟁 촉진 방안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며 “세 시장 모두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요한 분야고, 독과점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는 분야”라고 짚었다. 이어 “의약품 산업의 경우 연구 용역 결과에 기반해 담합 사건을 적발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 시장 모두 점유율 측면에서 독과점적인 요소가 있지만, 경쟁이 제한될 정도인지는 시장 특성을 고려해 연구를 해봐야 한다”며 “가상자산거래의 경우 국내 거래소로 들어간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어 국내 점유율만으로 시장을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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