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 기술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 그리고 미국 에너지 기업 MPR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미 미주리대학이 발주한 차세대 연구로 사업의 초기 설계 계약을 따냈다. 한국이 원자력 관련 기술을 종주국 미국에 역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초 양국은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에 서명함으로써 ‘코러스(KorUS)원전 동맹’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번에 이뤄진 연구용 원자로 분야의 기술 협력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미 원전 동맹은 이미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MOU 체결 직후 미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갈등을 빚던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했다. 이로써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본계약 체결에 청신호가 켜졌다. 양국 공조를 통한 제3국 시장 진출은 세계 원전시장에서 비중을 키우려는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원전 경협은 한미 통상 협상에서도 유용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설계 등 원천기술이 뛰어나고, 한국은 건설·운영 능력이 탁월하다. 이보다 좋은 ‘윈윈’ 카드는 없다. 15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미 에너지협회(USEA)의 마크 메네즈 회장은 “미국의 원천기술·연구역량과 한국의 건설·운전경험이 결합되면 원자력은 양국의 에너지 전략에서 핵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양국이 힘을 모을 수 있는 분야다.
다만 미 에너지부(DOE)가 15일(현지시간) 끝내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추가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DOE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1월 MOU에 서명한 주체다. 과학기술 협력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곤 하지만 명단에서 빠지는 게 최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르면 다음 주 워싱턴에서 최상목 부총리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사이에 한미 관세 협상이 시작된다. 협상은 양국 경제·안보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패키지 딜이 될 공산이 크다. 민감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삭제하고, 코러스 원전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합의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