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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연못 물 끌어다 불 끈 캐디들...인근 마을 구해

김혜선 기자I 2025.03.31 06:15:45

잔디 물 주는 차량으로 산불 진화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까지 번지자 안동 한 골프장 캐디와 직원들이 골프장 내 연못(해저드)에서 물을 끌어다 산불 진화에 나선 사연이 공개됐다. 이들이 5일 밤낮으로 노력한 끝에 산불은 골프장을 넘어서지 못했고, 골프장 뒤에 위치한 마을도 무사할 수 있었다.

30일 경북 안동시와 의성군 경계부근에서 바라본 일대 산하가 산불에 훼손돼있다. (사진=뉴시스)
30일 jtbc뉴스에 따르면, 경북 안동의 한 골프장 직원들은 지난 25일 산불이 골프장 인근으로 접근하며 전원 대피했다. 그러나 대피했던 직원과 캐디 등 20여명은 골프장을 지키기 위해 밤 10시쯤 다시 되돌아왔다고 한다.

이들은 잔디에 물을 주는 차량 4대와 살수차 1대로 산불이 넘어오는 1km 구간에 방어선을 구축했고, 4인 1조를 만들어 불이 산 아래로 내려올 때마다 물을 뿌리고 땅을 뒤집어 저지했다. 당시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황이어서 이들은 골프장 내 연못 3곳의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물을 끌어다 썼다.

이렇게 이들은 닷새 동안 소방대와 헬기 지원 없이 1km 넘는 방어선을 지켜냈다. 한 캐디는 “처음에는 골프장 살려보자는 의미에서 왔는데 여기가 뚫려버리면 뒤에 마을이 위험했다”고 전했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 시작된 경북 의성 산불은 안평면과 안계면 두 곳에서 시작됐다. 안평면은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안동까지 번진 안계면 산불은 한 과수원에서 농사용 쓰레기를 태우다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안계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지난 22일 오후 2시 39분쯤 발화했으며, 남서풍을 타고 안동으로 번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을 위협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산불로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모두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주택 3천여동이 전소되고, 국가유산 피해 30건, 농업시설 2천여건 등 시설 피해도 컸다. 산불 피해 영향구역은 총 4만8천여㏊로 추산된다.

정부 당국은 산불 이재민의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 공공기관 연수원과 민간 숙박시설을 임시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생업과 가까운 지역에 임시조립주택을 설치한다. 피해가 확인된 이재민에게는 지자체를 통해 긴급생활 안정지원금을 신속히 지원하고, 심리 및 의료 지원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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