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조항과 더불어 이번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전자 주총 도입은 기업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 주주총회는 상장 회사의 전자 주총을 의무화해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표결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동안 기업들은 정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전자 주총을 열었는데, 기존에 실시하던 대면 소집과 전자 주총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국내 대기업은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대면 소집만 해오던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전자 주총 의무화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온라인 중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비와 인력은 물론,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려도 문제없을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날부터 시행되는데 준비 기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과 길어지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과도한 규제 탓에 경영 자율성을 잃은 기업들이 결국 미래 성장동력을 잃고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경제계는 그동안 보완을 요청해 왔으나 기업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법안이 통과됐다는 점에 참담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계가 최 권한대행의 손만 바라보고 있는 만큼 최 권한대행은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회는 경영 현장에 있는 경제계의 주장을 간과하지 말고 보완된 개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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