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막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세계적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대표작
직관적인 몸짓, 관객도 함께 춤추게 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원활한 공연 진행을 위해 제자리에서 모두 일어서주세요.”
 |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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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의 한 장면. 정장 차림의 무용수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말한다. 우물쭈물하며 일어선 관객들 표정에 긴장이 감돈다. 잠시 후 무용수가 “연봉이 3억 원 이상인 분은 앉아주세요”라고 말하자, 객석에선 긴장이 풀린 듯 폭소가 터져 나온다.
‘데카당스’는 무용의 편견을 깬다. 난해한 몸짓이나 무거운 메시지는 없다. 70분간 이스라엘 전통음악부터 맘보, 차차차 등 다채로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직관적으로 관객에게 와닿는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몸짓이다.
 |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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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당스’는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이다. 나하린이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10주년을 기념해 2000년 초연한 공연으로 자신의 대표작을 하나로 엮었다.
나하린의 안무 철학은 “모든 사람은 춤을 춰야 한다”로 요약된다. ‘데카당스’에서도 그의 안무 철학이 잘 드러난다. 작품 중반부를 넘어서면 무용수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의 손을 잡고 무대로 이끈다.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12명의 관객은 처음엔 어찌할 줄 몰라 하지만, 이내 무용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각자의 춤을 춘다. 이날 공연에서 무대에 올랐던 한 관객은 “춤을 전혀 못 추지만, 무대에 오르니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됐다”며 웃었다.
‘데카당스’는 현대무용 작품으로 탄생했지만 발레 무용수들도 출 수 있는 ‘컨템포러리(현대) 발레’ 작품으로 전 세계 여러 발레단이 공연하고 있다. 국내에선 유니버설발레단이 나하린의 작품을 엮어 ‘마이너스 7’이란 제목으로 소개했다. ‘컨템포러리 발레단’을 지향하는 서울시발레단의 이번 공연도 발레 기반의 다채로운 움직임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나하린은 모두가 춤을 춰야 하는 이유에 대해 “춤은 감옥 같은 신체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말했다. 공연 시작 전엔 “잊으세요,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이라는 안내 멘트도 나온다. 모든 걸 춤에 맡기고 자유를 맛볼 시간이다. 공연은 오는 23일까지.
 |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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