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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청소년 도박 근절’ 새정부 국정과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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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5.05.26 05:00:00
[이데일리 김영수 사회부장] “핸드폰 기록을 보니 황제 카지노 접속 기록이 다 있는데, 112회 1500만원 가까이 베팅하고? 그게 도박이야!” “그냥 게임인 줄 알고 그랬어요. 한 번만 선처해주세요.”

작년 8월 공식 유튜브 채널 대구 ‘전국달성자랑’에 ‘청소년 타짜 참교육하는 천종호 판사 패러디’라는 제목으로 1분50초 분량으로 올라온 영상의 일부 대사다. 이 영상은 지역사회에 발생한 사건을 패러디한 것으로 판사가 사이버 도박에 손을 댄 아이를 꾸짖는 내용이다.

당시 영상은 ‘소년 재판’으로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져온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의 재판 장면을 패러디하면서 많은 호응을 받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청소년 도박 범죄는 되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캠페인이나 (특정 기간)집중 단속 등으로는 범죄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에서 검거된 청소년 도박 사범은 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명) 대비 약 3배로 늘었다. 2020년까지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만14세 미만 촉법소년도 작년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도박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 대형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박 범죄 조직은 청소년을 총책으로 삼아 학교 안에 침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책은 다른 친구들을 끌어들이는 수법으로 세를 확장하면서 도박자금 마련을 위한 2차 범죄도 유발하고 있다. 실제 도박에 빠진 학생들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최대 10%에 달하는 불법 사채를 빌리거나 보호자 몰래 집의 물건을 내다팔고 남의 돈과 물건을 훔치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청소년 도박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법안도 지속적으로 발의됐지만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작년 9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야당 의원 27명이 참여한 ‘불법온라인사행행위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불법 도박의 적발이 어려운 만큼 금융거래에 대한 조치, 전화번호 이용중지, 신고 활성화 등을 통한 피해방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확산하고 있는 온라인 도박 범죄에 따른 피해 차단이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하지만 이 법안 역시 계류돼 있는 상태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성인이 되면 베팅하듯 코인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하게 되는 거에요” 도박 중독환자를 치료하는 최삼욱 진심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의 경고는 되새겨 봐야 한다. 스마트폰 등 온라인 환경이 만연해지면서 도박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 됐고 이 때문에 중독의 시기와 진행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게 최 원장의 진단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적 도박’과 ‘도박 및 내기 관련 문제’로 병원을 찾는 만19세 미만 청소년은 267명으로 2020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만14세 이하 청소년은 같은 기간 동안 1명에서 24명으로 24배 급증했다.

청소년 도박 범죄 확대는 국가 재난 상황인 만큼 다음 달에 들어설 새 정부는 ‘청소년 도박 근절’을 국정과제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뿐 아니라 학교, 가정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고 종합 대책 마련후 이를 속도감있게 진행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나서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이 도박 중독에 빠지게 해선 안된다.

지난해 8월 대구 달성군 공식 유튜브 채널 ‘전국달성자랑’에 게재된 청소년 도박 예방 캠페인 영상의 모습. 현직 경찰과 달성군청 공무원이 직접 배우로 나섰다. (사진=대구 달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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