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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번 조기 대선은 어떨까.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를 점치는 의견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선거는 기본적으로 구도다. 어느 쪽 후보에게 표를 줄지 이미 기울어져 있다면 사실상 선거 판세는 안 봐도 비디오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4월 1~3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응답률13.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다음 대통령선거 관련 두 가지 주장을 제시하고 어디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37%,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52%로 나타났다.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을 제외하고 서울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와 70대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우세했다. 중도층에서는 ‘정권 교체’ 의견이 62%, ‘정권 유지’ 응답이 28%로 새로운 정권에 대한 의향이 월등했다. 이 여론대로만 조기 대선이 전개된다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앞에 남은 걸림돌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대선은 이재명으로 시작해서 이재명으로 끝나는 선거일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이재명 대 반이재명’ 정서는 강력하게 존재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고 그로부터 한 달 이내에 보수 지지층이 강력하게 결집한 이유는 ‘윤 대통령 탄핵’이라기보다 ‘이재명 포비아(Phobia·공포증)’가 강력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지난 1~3일 조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에게 지난 3월 26일 2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 판결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은 결과 40%가 ‘잘된 판결’, 46%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14%는 의견을 유보했다. 진보층의 77%는 잘된 판결, 보수층의 78%는 잘못된 판결로 봤고 중도층에서는 팽팽하게 나타났다. 선거 구도는 민주당에 유리하지만 선거 성격이 ‘이재명 대 반이재명’으로 진행되면 유권자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도 있다.
지역별로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오차 범위 내 또는 밖으로 이 대표에 대한 2심 무죄가 ‘잘못된 판결’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연령대별로 보더라도 이 대표의 2심 무죄 판결이 더 낫다는 의견은 40대에서만 나타났다. 그만큼 민주당이 탄핵 정국과 바로 이어지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환경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 대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은 선거 구도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해 주고 있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차기 정치 지도자(대통령감)로 누가 나은지를 물어보는 문항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2심 무죄 선고가 나오기 전 36%였는데 그 이후 조사에서 두 번 연속 34%로 나왔다. 무죄 효과를 받았다면 올라갔어야 할 지지율이 도로 내려온 결과가 충격적이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보수 지지층의 전투력에 상당한 전의 상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지상정이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였던 요기 베라가 말했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