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관광 산업의 오래된 구조적 한계와 모순에서 벗어나려면 대대적인 정책 변화 이른바 ‘거버넌스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 부처를 아우르는 범정부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 관광 정책의 우선 순위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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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한 외래 관광객 수는 1637만 명으로 2019년 대비 94%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관광수지는 100억 382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01년 이후 24년 연속 적자 행진에 1957년 관광수지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네 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올 1분기 외래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의 0.7% 웃도는 387만 명을 기록했지만, 관광수지는 반대로 50% 넘게 적자가 늘어나며 ‘역성장’했다. 관광 산업이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이제는 개선이 어려운 구조적 위기에 놓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외래 관광객 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류 기간과 1인당 소비액, 반복 방문율 등 질적 지표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관광 정책의 성과 지표를 양적 중심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은 문화·교통·보건·치안·환경·기술 등 전 분야에 걸친 복합 서비스 산업이다. 그러나 현재 관광 정책은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국토교통부(교통), 법무부(출입국), 외교부(비자), 환경부(생태관광), 농식품부(농촌관광), 해양수산부(해양관광) 등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소멸대응과 청년마을,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 크리에이터도 관광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정책 사업에 속한다. 한 관광벤처 대표는 “각 부처 정책이 상호 연계나 통합 전략 없이 시행돼 시너지 창출은 고사하고 생산성,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연 1~2회 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가관광전략회의’는 범정부 회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 전략 수립이나 정책 조정 기능이 약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계성 경남대 교수는 “부처 간 정책 조정 기능이 사실상 부재한 현 상황에서는 새로운 전략 수립은커녕 기존 정책에 힘을 싣기도 어렵다”며 “관광정책을 전담하는 통합조직 없이는 효율적인 정책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관광정책 우선순위 높여야
관광 거버넌스 혁신 방안으로는 대통령 직속의 관광정책기획단, 부총리급 부처 신설(또는 격상), 관광진흥비서관 부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의 수평적이고 병렬적인 정부 조직 체계는 켜켜이 쌓인 각종 쟁점 해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두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 공유숙박 규제, 전자여행허가제(K-ETA), 카지노 제도, 관광세 도입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만성적인 관광수지 적자를 해결하고 건전하고 산업 성장의 기반을 갖추려면 관광을 단순한 ‘문화 서비스’가 아닌 생산·제조, 정보통신, 금융, 교통, 환경, 보건, 콘텐츠 산업을 연계한 ‘종합 서비스’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관광의 개념을 전면 재정의하고, 이를 반영한 조직개편과 법령정비가 시급하다”며 “기획, 집행, 성과관리까지 담당할 수 있는 통합형 관광거버넌스 체계로의 전환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관광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