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사설]성장률 전망 0%대까지...말로만 '위기'외칠 때 아니다

논설 위원I 2025.03.31 05:00:00
해외 경제예측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더니 급기야 0%대 전망까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에서 1.5%로, HSBC가 1.7%에서 1.4%로, S&P가 2.0%에서 1.2%로 내린 데 이어 캐피털 이코노믹스가 1.0%에서 0.9%로 내렸다. 다른 나라 가운데도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경우가 꽤 있지만 주요국 중 우리나라 하향 조정 폭이 가장 크다. 기획재정부가 1.8%, 한국은행이 1.5%로 전망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1%선 방어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국가 신용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국 뉴욕 시장에서 거래되는 5년물 한국 CDS 프리미엄은 지난 1월 13일 40.42bp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해 지난달 27일 28.13bp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반등세로 돌아섰고, 지난 27일 36.36bp까지 올랐다. 성장률 전망 하향과 CDS 프리미엄 상승의 동시 진행은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장 활력을 잃고 신용도도 떨어지는 나라에 대해서는 투자하기를 주저하거나 위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글로벌 자본 흐름의 속성이다. 그 결과로 저성장이 저성장을 낳는 악순환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경제가 이런 상황에 몰린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는 관세전쟁의 타격과 탄핵정국 장기화로 인한 국정 불안, 두 가지가 꼽힌다. 미국 관세전쟁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국가별로 타격의 크기가 다르다. 우리나라는 내수 대비 수출의 비율이 높은데다가 중국과 함께 미국을 양대 수출 시장으로 삼고 있으니 타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미뤄져온 것도 성장률 하향 조정의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과 복지비용 증가를 비롯한 중장기 구조적 문제들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는 이미 시작됐는데 눈을 감고 유유자적하는 격이다.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정 리더십을 조속히 재건하고, 당면한 위기 극복과 구조 개혁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