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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개선 성공한 유유제약, 동물의약품에서 승부

나은경 기자I 2025.03.28 10:00:08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유유제약(000220)이 혁신신약 개발을 내려놓은 지 1년만에 ‘동물의약품’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회사가 혁신신약 개발을 중단하는 등 비용절감 정책을 추진한 지 얼마되지 않았음을 감안했을 때 동물의약품 신약개발에 긴 기간 투자하는 대신 오픈이노베이션, 기술도입 등의 방식으로 빠른 상업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 (사진=유유제약)


유유제약은 오는 27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동물의약품 등의 제조·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관변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 수의과대학 질병진단센터장인 최강석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추진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유유제약이 인체의약품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동물의약품 관련 안건이 통과된다면 동물의약품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신설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으나 내부 분위기상 축산용 의약품이나 동물용 건강기능식품, 동물용품 개발보다는 반려동물용 동물의약품 개발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오픈이노베이션과 같은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오너 3세인 유원상 대표가 취임한 지난 2019년 이후, 유유제약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며 신약개발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매출 증가에도 지난 2022년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당기순적자 규모도 커지면서 지난해 경영효율화라는 고육책을 내놨다.

수수료가 높은 코프로모션 계약을 지난 2023년 말 조기종료하고 자체제품 판매 비중을 높였으며, 임상 1/2상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못한 안구건조증 신약 개발은 중단한 것. 혁신신약보다는 개량신약에 집중해 이쪽에서 먼저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1년간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효과를 보였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4억원(2023년)에서 117억원으로 끌어올렸고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처럼 회사의 펀더멘털 개선이 가시화되자 신성장동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주로 빠르게 매출을 올릴 신사업으로 건기식이나 화장품 사업,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비임상시험수탁사업(비임상CRO), 동물의약품 사업 등을 선택하곤 한다. 이중 유유제약은 이미 건기식, 위탁생산(CMO) 사업을 운용하고 있고 앞서 화장품 사업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사업을 중단한 바 있어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연간 100억원에 가깝게 지출되던 신약 R&D 비용을 가까스로 줄인 지금, 다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유한양행(000100), 동아제약 등 여러 전통제약사들이 지난 2021년부터 앞다퉈 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분위기라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동물약품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4313억원을 기록, 1조원 시장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이 같은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만 해도 유유제약 외 안국약품(001540)이 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들 계획임을 추가로 밝혔다.

다만 동물의약품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 요인이다. 인체의약품과 동물용의약품의 교차오염 우려 때문에 별도 제조시설이 필요하므로 초기 진입을 위한 투자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동물의약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이익률이 높지 않을 수 있어 향후 유유제약의 동물의약품 사업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한국동물약품협회 관계자는 “신규 의약품으로 (반려동물용 의약품이 주로 처방되는) 동물병원을 뚫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이 핵심이다. 동물용의약품보다 인체의약품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는 인체의약품을 반려동물 치료에 더 많이 쓰기도 할 정도”라며 “제약·바이오 회사 가운데 동물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어 성공한 케이스도 여럿 있지만 처음 뛰어들 때 어려움도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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