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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 대응 인프라 재정비 필요하다

논설 위원I 2025.04.07 05:00:00
기상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여름, 역대 최장기 열대야, 10년 만의 바다 고수온…. 정부가 분석한 지난해 이상기후 실태를 보면 아찔해진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기상청을 비롯한 정부 관계부처들과 함께 작성해 지난주 발표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는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피해를 절감한 한 해였다. 지구 온난화를 배경으로 이상기후가 더욱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지는 변곡점에 다다른 것 아닌가 싶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여름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9℃ 높은 25.6℃에 이르렀다. 기상관측망이 대폭 확충돼 기상기록의 기준 연도가 된 1973년 이후 51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연평균 기온도 평년의 12.5℃보다 2.0℃ 높은 14.5℃로 역시 1973년 이후 최고였다. 밤에도 25℃ 밑으로 기온이 안 내려가는 열대야 일수는 20일로 평년의 3배 수준이었다. 여름철 강수의 78.8%가 장마철에 집중되고 11월에 이례적인 폭설이 내려 농축산 피해가 컸다. 해수면의 이상 고수온 발생 일수도 182일로 최근 10년 평균 50.4일의 3배 이상이었다.

이상기후 증대는 과거 기후에 맞춰진 우리 삶과 사회 기반을 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지난달 경북을 휩쓴 사상 최악의 산불도 이상기후와 깊이 연관된 것이었다. 봄철에 고온건조한 기후가 길게 이어져 산불 발생과 확산의 위험이 커졌다. 산불 발생 이후 국내 산림 중 소나무 등 침엽수의 비중이 높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불이 잘 붙고 한번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 특성을 지닌 침엽수가 많아 산불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조림 사업이 활엽수보다 침엽수 위주로 조성한 결과다. 소방헬기 등 진화 장비가 낙후할 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둘 다 이상기후 증대 추세에 둔감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상기후 대응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이상기후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농축산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은 물론이고 2·3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간접적 영향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과 보험 등 금융산업은 이상기후 관련 리스크를 경영전략에 선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댐과 하천·도로 시설물 등의 안전관리 기준을 높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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