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7일 병원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로 있던 아내에게 이 같은 말을 남긴 뒤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60대 남편 A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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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 응급치료했으나 병명이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자가 호흡마저 불가능해진 B씨는 인공호흡장치가 있는 대구지역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회복이 어렵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당부했고, A씨는 이틀 뒤 아들이 사는 천안지역 한 병원으로 B씨를 옮겼다.
A씨는 의료진에게 B씨 기도 내 인공호흡기 삽관 제거를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B씨 상태를 설명한 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거절했다.
그리고 나흘 뒤 A씨는 ‘엄마는 편하게 보내자. 죄가 되면 내가 안고 간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한 통을 자식들에게 보냈다.
이후 병실에 누워있는 B씨에게 다가가 “여보, 편히 쉬어. 죄는 내가 다 안고 갈게”라는 말을 하고는 호흡기를 제거했다. 저산소증에 빠진 B씨는 이날 결국 숨졌다.
병원 측은 A씨를 고발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후에도 인공호흡기에만 의지하고 있어 소생이 어려워 보이고 병원비가 부담됐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호흡기를 제거하면 아내가 숨질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제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국민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A씨는 재판부와 배심원들에게 “아내와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어렵게 살아 서로 연명치료를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아내가 평소 “자신은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아내가 병원에 있던 일주일 사이 나온 치료비만 250만 원으로 적은 수입에 하루에 20~30만 원에 이르는 막대한 치료비에 대한 부담이 컸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검찰은 연명치료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던 점과 합법적인 방법으로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점을 지적했다. B씨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추가 검사 없이 섣불리 소생 불가 판단을 내리는 건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 모두 A씨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을 존중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의 항소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한 법적 절차가 없을 때와 이 사건 범행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며 “합법적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을 저지를 때까지 약 250만 원의 치료비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동기에 어느 정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해자의 자녀와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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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말기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 치료 효과가 없는 의학적 시술로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 중단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의사표현이 가능하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 된다. 사전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작성할 수 있다.
환자가 혼수상태 등으로 인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면 의사 2인의 확인과 가족 2인 이상의 일관된 진술이 필요하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누적 기준 253만5천258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