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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서진석 의장 "신약개발은 낙장불입, 항암제 실패는 없다"

임정요 기자I 2025.04.17 09:10:28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상업화된 바이오시밀러 품목만 22개가 될 것이다. 평균적으로 한 제품당 매출 5000억원에 영업이익율은 20%~30%로, 전체 매출 11조원에 영업이익 3조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항암제 임상 3상에 1조원이 드는데, 매년 3상을 3개 할 수 있는 수준의 자금력을 갖추게 된다. 사업을 하면서 늘 변수에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가진 모든 자금을 신약에 투자하진 못하더라도, 신약의 자체 상업화까지 이룰 충분한 자금력과 과학적 역량을 갖췄다. 다만 저와 제 팀이 연구개발한 약을 좋게 보고 사가겠다는 곳들이 나오면 그 또한 기쁠 것 같다. 정말 좋은 조건에 기술도입을 원하는 곳이 나오면 검토는 해보겠다.”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의 말이다. 지난 2002년 바이오시밀러(복제약) 회사로 설립한 셀트리온은 작년 기준 연매출 3조원, 보유현금 1조원의 견실한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부가가치가 큰 신약개발사로 본격 ‘우화’ 중이며, 그 중심부에 있는 것이 바로 창업자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 의장이다.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셀트리온 2세의 신약개발 대외행보

8일 인천시 연수구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열린 ‘혁신신약살롱 송도’ 모임에는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회사의 신약개발 전략에 대한 발표에 나섰다. 이날 별도로 이데일리와 나눈 대화에서 서 의장은 “(셀트리온의 신약개발은)낙장불입이다. 항암제 연구개발(R&D)에서 임상 실패란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혁신신약살롱은 신약개발 업계 사람들이 자유롭게 과학기술을 논의하고 네트워킹하기 위해 대전에서 촉발되어 오송, 판교, 송도, 서울 등지로 번진 풀뿌리 모임이다. 송도지역 행사는 2019년 5월 처음 개최됐다. 평소 30명 내외의 인원이 모이지만 서 의장이 직접 발표하는 셀트리온의 신약개발 전략을 듣고자 이례적으로 100여명이 몰려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서 의장은 ADC, 다중항체, AI신약개발 전략을 설명하며 부친 서정진 회장과는 또 다른 과학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셀트리온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서 회장은 비전공자임에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글로벌 성공을 일군 신화적 인물로 회자된다. 서 회장이 2002년 셀트리온 회사를 창업했을 때 장남인 서 의장은 대학교 진학을 앞둔 만 18세였다.

서 의장의 진로 결정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전혀 없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서 의장은 서울대학교 동물자원학과 학사 및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석·박사를 졸업했고 현재 셀트리온의 신약연구 의사결정에 ‘키맨’이다.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소장(각자대표)과는 ‘삼촌’, ‘선배’라고 부르는 사이다.

서 의장은 “여러 신약 영역 중, 소거법을 통해 우리가 가진 항체 강점을 가장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하다보니 항체-약물 접합체(ADC)를 낙점하게 됐다. 이후 다이이찌산쿄의 ADC 항암제 엔허투(Enhertu)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우리의 방향이 맞았다는게 증명됐다”며 “(셀트리온은) 특히 사중가(2+2) 이중특이성 ADC와 듀얼페이로드를 적용한 ADC를 개발 중이다. 듀얼페이로드의 경우 토포아이소머레이즈1 저해제(DXd)와 DNA 손상반응 저해제(DDRi)를 적용해 상호보완적 기전으로 시너지를 모색하고, 또 DXd에 마이크로튜블 저해제(MTi)를 적용해 독립적 작용기전으로 내성을 극복하는 내용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바이오베터 ADC로 개발중인 CT-P70, CT-P71, CT-P73 △사중가(2+2) 이중항체 및 듀얼페이로드를 장착한 차세대 ADC로 개발하는 NBD13, NBD14가 있다. 이 외에 다중항체 영역에서는 △종양선택적 다중항체인 CT-P72, NBD04, NBD05 △프로테아제로 해제되는 항체마스킹을 통해 종양특이적으로 작용하는 다중항체 △T세포 공동자극 기전의 면역항암제 다중항체를 발굴하고 있다.

서 의장은 “항체에 있어 CD3같은 잘 알려진 타깃에서 나아가 더 좋은 면역유도체를 찾아내는게 우리의 다음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현황(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셀트리온 불패신화, 신약까지 적용될까

셀트리온은 실패를 모르고 성장했다. 첫 품목허가를 획득한 2012년 이후 상업화시킨 바이오시밀러 품목만 10개고 피하주사 제형으로 편의성을 강화해 바이오베터 ‘신약’으로 허가받은 짐펜트라, 코로나19 mRNA 치료제 렉키로나까지 더하면 12개 품목의 상업화를 이뤘다. 작년 말 기준 셀트리온의 보유현금은 별도기준 7000억원, 연결기준 1조원에 달했다.

해마다 신규 품목의 허가를 도출해내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영역에서는 개발부터 글로벌 규제기관 허가 및 상업화까지 믿기 힘든 속도로 움직인다. 미지의 영역인 신약개발에도 과연 똑같은 성공 레시피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서 의장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제품을 상업화하며 적은 비용으로 최대 마진을 창출하는 경험을 누적했다. 그런 셀트리온의 신약개발 전략은 ‘이게 뜰거다’는 트렌드 예측보다는, 데이터베이스 기준으로 임상결과가 잘 나오는 것, 남들이 이미 다 하고있는 것을 누구보다 우리가 빨리한다는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체는 셀트리온이 잘하는 영역이다.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파트너사를 계속 찾고 있다”며 “M&A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50% 이상 지분율을 확보하는게 인수조건이며 자신감있는 바이오텍들은 기술이전을 선호하지 회사매각을 하려 하지 않아 딜 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즈를 설립해 신약개발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위탁개발및생산(CDMO)사업에 진출한 것에 대해서는 “별도법인으로 설립했기 때문에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CDMO사업을 한다고 해서 신약개발에 한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신약에 대한 경영인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장은 “이중항체 ADC 연구개발을 진행한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선구안을 한번 더 재연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며 내부적으로 서너개의 서로 다른 철학과 모달리티를 연구하는 신약파트가 다음 연구영역을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중국 바이오텍들과 관계에 대해서 “중국과는 약 6년 전부터 항체 관련 협업을 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텍들은 위협이 아닌 잠재적 파트너”라고 말했다.

한편, 서 의장은 1984년생으로 지난 2014년 셀트리온 R&D본부 과장으로 입사했고 2016년 셀트리온 생명공학 1연구소장을 맡았다. 이어 2019년에는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 부문장을 지냈고, 2021년에는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023년 통합된 후 서진석·기우성·김형기 각자대표체제를 이뤘다.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혁신신약살롱 송도에서 참가자들과 교류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혁신신약살롱 송도에서 참가자들과 교류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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