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에스테틱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을 위해 HSBC 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고, 희망 매각가는 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매각 배경에 대해서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신약개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에스테틱사업부가 속한 미용의료 시장은 최근 헬스케어 분야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성장성 높은 섹터라는 점에서 매각 추진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금이 필요하고, 다른 섹터보다 캐시카우를 좀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 에스테틱 시장이라는 점에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글로벌 미용의료시장 규모는 2021년 990억 달러(144조원)에서 연평균 14% 성장해 2030년 3210억 달러(465조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미용성형 시장 규모도 2023년 23억8000만 달러(3조4700억원)에서 연평균 17.3% 성장해 2031년 85억3000만 달러(12조4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생명과학 연매출 10% 수준 불과...필러·스킨부스터 치열한 경쟁속 성과 부진
LG화학 에스테틱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필러와 스킨부스터가 주력 제품이다. 필러는 2010년 국내 기업 최초로 히알루론산 필러 ‘이브아르’를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했다. 2018년에는 이브아르보다 히알루론산 점성과 탄성을 높인 새로운 필러 라인업인 와이솔루션을 출시했다. 스킨부스터의 경우 2022년 비알팜을 출시했고, 2023년에는 인에이블과 비타란을 출시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던 필러의 경우 회사 측이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매출이 뒷걸음치거나 증가율이 극히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와 과거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2016년 필러 이브아르 매출은 580억원이었다. 반면 2023년 LG화학 에스테틱사업부 총매출은 700억원으로, 7년전 이브아르 제품 하나의 매출과 100억원 수준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동안 또다른 필러 와이솔루션과 스킨부스터 제품 등이 출시된 것을 고려하면 필러 제품 매출이 감소했거나, 스킨부스터 제품의 매출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3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중국 시장에 이브아르 등 필러를 출시한 이후 줄곧 시장 1위를 달리던 것도 국내외 기업들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기업에 1위 자리를 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필러는 진입장벽이 낮아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사 제품도 많다”며 “필러 관련 기업들이 워낙 많아져서 시장 경쟁 현황이 재작년보다는 작년,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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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젤, LG화학·멀츠·갈더마 다 제쳤다...국내 1위 필러 기업
휴젤(145020)은 지난해 매출 3730억원, 영업이익 166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6.7%, 영업이익은 41.2% 성장했다. 주력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가 2032억원의 매출로 기대치를 넘어섰고, 필러 또한 1276억원의 매출로 힘을 보탰다. 특히 필러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필러 시장은 1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중 휴젤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에바 황 휴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서 “휴젤은 국내 톡신 부문에서 9년 연속, 필러 부문에서 6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용의료 강국인 한국에 글로벌 기업인 앨러간, 멀츠와 갈더마가 각각 히알루론산 필러 쥬비덤, 벨로테로, 레스틸렌을 국내에 출시했다. 반면 휴젤 필러 더 채움은 같은 히알루론산 필러이지만 여러 장점이 있고, 활발한 마케팅으로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선두를 수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실적 상승이 눈에 띈다. 유럽에서는 매출 수량 기준 10%대 점유율을 기록 중이고, 지난 3년간 연평균 50% 이상 고성장을 했다.
휴젤 관계자는 “경쟁 제품과의 차별점은 휴젤 HA필러는 다양한 시술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3개 라인, 9개 제품으로 세분화해 구성됐다”면서 “볼류마이징에 특화된 단단한 물성과 우수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베인캐피털이 휴젤 경영을 맡으면서 미용의료시장에서 성과를 좌우하는 큰 포인트인 마케팅과 영업망 구축에 힘을 쏟은 것이 제품 경쟁력과 더불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제품 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도 타 경쟁 제품보다 다양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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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부스터는 리쥬란 천하...파마리서치, 국내 이어 해외 매출도 확대
스킨부스터는 피부 상태를 촉진하는 다양한 구성성분이 들어있는 고농축 약물을 피부 진피층에 직접 주입, 피부 본연의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는 시술이다. 따라서 의료기기로 분류되고, 파마리서치(214450)의 리쥬란이 원조다. 2014년 출시한 리쥬란은 6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파마리서치 매출 중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것은 리쥬란과 히알루론산 필러 클레비엘 및 리쥬비엘, 무릎 관절강내주사 콘쥬란이다. 회사는 2022년 1948억원, 2023년 2610억원, 2024년 350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매년 급성장세를 보인다. 이중 의료기기 매출은 같은 기간 1020억원, 1361억원, 1935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리쥬란은 2017년 매출 70억원, 2019년 190억원, 2021년 3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에도 성공해 2023년 1000억원 매출을 돌파했고, 2024년에는 16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대비 최소 51% 성장한 수치다. 올해는 업계와 시장에서 리쥬란이 2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PN 성분만으로 개발된 유일한 스킨부스터 제품인 리쥬란은 조직재생효능을 가지고 있는 PDRN 기술과 섬유아세포 분화 촉진 및 주름개선 효과가 확인된 PN 성분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여기에 스킨부스터의 단점인 통증을 개선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리쥬란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유럽계 사모펀드 CVC가 지난해 파마리서치가 단행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유럽 네트워크를 확보, 해외 시장 판로까지 개척했다. 해외 스타이자 미용 및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킴 카다시안과 제니퍼 애니스톤 등이 리쥬란 시술을 받고 이를 공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따라서 스킨부스터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안된 LG화학이 파마리서치의 리쥬란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업계 평가도 나온다.
정희령 교보증권 연구원은 “해외 스킨부스터 시장 형성에 장기간 소요됐던 만큼 매출 성장은 이제 시작 단계로 판단된다. 소비자 트렌드를 확보한 리쥬란 시술 인지도가 우상향할 전망이다. CVC가 보유한 헬스케어 영업망을 통해 기존 주요 수출국에 대한 성장이 가속화되고, 유럽향 판매는 연초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