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장례절차를 두고 누나들과 종교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남성 사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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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따르면 부모님과 본인은 불교 신자이고 누나 2명은 기독교 신자다. A씨가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49재를 챙기자고 제안하니 누나들은 “우리는 불교가 아닌데 왜 불교 의식을 챙겨야 하느냐”라고 따졌다.
A씨는 “이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누나들은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아버지 49재 챙기기를 거부했고 매년 아버지 제사도 아내와 어머니만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치러진 어머니 49재도 나와 아내만 매주 제사상을 차려서 챙겼고 마지막 49일째 되는 날에도 둘만 산소에 가서 49재를 올렸다”고 밝혔다.
49재를 마치고 그날 저녁 누나와 매형들이 부른 자리에 갔다는 A씨는 곧 초복이라며 큰누나가 키우던 닭을 잡아서 삼계탕 잔치를 벌이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A씨는 “어머니 49재를 지내고 온 날에 굳이 가족들이 다 모여서 몸보신하겠다는 심보가 뭔지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났다. 진지하게 누나들과 연을 끊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라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불교 신자인 부모님 49재도 챙기지 않으면서 삼계탕 잔치까지 연 누나들 어떻게 해야 하냐”며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박지훈 변호사는 “49재에 종교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다. 49재는 불교의 종교의식이라기 보다는 우리 고유의 의식이자 망자에 대한 의식으로 봐야 할 거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걸 떠나서 부모님이 불교이기 때문에 당연히 챙겨줘야 하는데 누나들이 복날이라고 뭘 먹는다 이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종교가 잘못됐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 정도는 지켜주는 게 어쩌면 기본인데 기본을 못 한 게 좀 아쉽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각자를 존중하면서도 망자를 기리는 마음 하나만큼은 같아야 하는 거 아니냐. 49재는 안 챙기는 분들이 초복을 어떻게 챙기냐. 너무 이상하다. 대한민국이 영양이 부족해서 복날 꼭 단백질을 먹어야 할 만큼 그런 나라가 아닌데. 돌아가신 부모님들과 누님들이 사이가 안 좋았던 그런 기구한 사연이 있는 거 아니냐. 이해가 안 간다”라고 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남동생이 49재를 통해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온 날에 같이 삼계탕을 먹고 잔치 분위기를 내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도 기독교인이기는 하지만 종교 얘기를 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제보자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다. 부모님을 기리고 싶고 하필이면 49재에 삼계탕을 먹고 있는 누나들에 대한 분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충분히 이해되는데 제보자의 생각이나 삶의 태도나 판단이 중요하듯이 누나들의 판단이나 삶의 방식도 존중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뜻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