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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숙연 대법관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 백성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글로 표현해 법정에 호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듯이 AI는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가능케 할 잠재적 해법이 될 수 있고 사법접근성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법관은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 위원장으로 한국형 독자적 AI 기반 재판지원 모델 개발 등 사법부 내 인공지능 도입의 방향 설정과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그는 “점점 더 많은 변호사와 판사들이 업무에 AI를 활용하지만 검증 없이 AI가 생성한 문건을 제출하거나,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면을 상업용 AI 플랫폼에 직접 업로드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법률전문가들이 책임 있게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윤리원칙과 명확한 지침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국 AI에 대한 의존 위험도 경고했다. 이 대법관은 “외국산 AI 모델을 활용할 경우 판례나 개인정보, 기업의 영업비밀, 국가기밀 등 민감한 정보의 국외 이전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며 “사법권은 국가 주권의 핵심 영역이므로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다레쉬 메논 싱가포르 대법원장도 AI의 혁신적 잠재력과 관련해 “싱가포르는 법률 연구 분야에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페어서치’를 도입했고 당사자가 제출한 문서를 요약해주는 기능을 지난주 소액 재판에 도입했다”며 “소액사건에서 사법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데 AI가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사법부 신뢰, 법관에 있어…책임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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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I 기술을 도입해도 법관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AI는 하나의 도구일 뿐 재판에 대한 신뢰와 책임은 결국 법관에게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르퀘즈 대법관은 “불변의 원칙은 법률 해석은 법관의 몫이며 AI는 인권과 존엄성을 중재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AI는 사법을 지원 가능하지만 인간 판단력을 대체할 수 없고 재판에 대한 신뢰성은 법관을 대상으로 갖는 것으로 AI는 하나의 도구일 뿐 판사도 아니고 변호인도 아니고 의사결정자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류 구이상 중국 최고인민법원 대법관 역시 “AI를 통해 문서 자동생성, 유사사건 자동추천 등으로 재판 효율을 20% 이상 향상시켰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는 주체는 결국 판사”라며 “AI의 가장 큰 기능은 법관 업무를 지원하고 보조하는 것일 뿐 법관의 사법적 판단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AI 기업의 민간 전문가들 역시 AI 기술의 한계 극복을 중요한 과제로 뽑았다.
데보라 임 오픈AI 수석 정책 자문관은 “올해 미국 변호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들 30%가 AI를 활용하고 있고 1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있는 로펌들 46%가 AI 기술을 도입해 운영 중”이라면서도 “하지만 판결은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책임의 행위”라고 강조했다.
케이티 픽스터 렉시스넥시스 아태 총괄은 “60%의 변호인이 개인정보보호 유출 위험을 AI 도입의 최대 위험 요소로 꼽았다”며 “기술이 정의를 위해서 일해야지 정의가 기술을 위해 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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