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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짐승, 동물소리 내봐" 가혹행위에 '졸도'한 해병대 병사

김화빈 기자I 2022.07.29 18:00:10

군인권센터 "주임원사, 피해자에 정신력 문제 운운"
가해상병 별도의 구속수사 없이 다른 부대로 전출돼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동물소리 내봐. 넌 짐승이니까”

해병대 한 부대에서 후임 병사가 선임 병사에게 들은 폭언이다.

대한민국 해병대 로고 (사진=해병대)
군인권센터는 28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에서 구타·가혹행위 사건이 또 발생했다”며 “자칫 잘못했으면 인명사고로 비화할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병대 2사단 예하 대대에서 6월 중순부터 선임병 A씨가 전방 초소 근무 중 후임병 2명을 반복적으로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A상병은 6월19일 B일병과 초소근무에 투입됐다.

A상병은 이전 근무자인 C일병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명치를 다섯 번 가격했다. B일병에게는 다른 중대 선임의 기수를 외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불러내 뺨과 명치를 때린 뒤 “너는 외우지 못하니 짐승이다”라고 비하하며 동물 소리를 내도록 강요했다.

이어 A일병은 B일병에게 완전무장 상태로 간이용 변기를 매고 2시간30분 동안 차렷자세로 근무하게 하면서 자신은 무장을 하지 않았다.

6월 22일 A상병은 자신이 낸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B일병에 정답 과 죄송하다는 말을 100번 복창하게 한 뒤 1시간 30분간 차렷자세를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B일병이 움직이자 A상병은 30~40분간 명치를 폭행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반복된 가혹행위에 결국 B일병은 오후 10시 30분쯤 근무를 마친 뒤 기절해 숨이 막혔다. B일병은 중대장이 응급실로 이송돼 새벽 1시쯤 의식을 되찾았다.

엽기적인 가혹행위에도 해병대 2사단 예하 대대 주임원사는 B일병에게 “일병 땐 누구나 힘들다. 네 정신력 문제”라며 2차 가해를 일삼았다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결국 B일병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을 호소하며 정신과에 입원한 상태다.

A상병은 별도의 구속수사 없이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이에 대해 군 인권센터는 “B일병은 자칫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심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며 “해병대가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구속수사 △책임자 문책 △해병대 인권침해 사건처리 과정 점검 등 후속조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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