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 직원들은 최근 빈번하게 직장을 떠나게 됐다는 인사 문자를 받는다. 유통산업 구조 개편에 따른 구조조정과 실적 부진의 압박으로 지난해부터 계열사별로 희망퇴직 등 감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시행하던 간부급 사원에 대한 퇴직 프로그램 안내 수준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유통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느끼는 인력감축에 대한 강도는 사측과 달라 뒤숭숭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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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를 포함한 백화점, 슈퍼, 롭스 등이 있는 롯데쇼핑은 비효율 점포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인력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115개 부실 점포를 폐점했다. 부실 점포 정리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000여 명의 인력이 감소했다. 대부분 폐점이 집중된 마트와 슈퍼 쪽 인력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마트는 점포를 줄이면서 점포 직원들에게 근무지 변경을 해주는데 이를 수용하지 않고 퇴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푸드는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현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5월에 이어 이달에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롯데GRS도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고문을 보냈다. 모두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한 계열사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롯데푸드는 인원 감축이 목적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 확대 등 시장 변화에 맞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불매운동 타격을 받았던 롯데아사히주류는 최근 2년 사이 수차례 희망퇴직과 계열사 전보 이동을 단행하며 인력을 줄여와 국내 철수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롯데GRS도 매년 실시했던 희망퇴직 안내라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13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실적악화 상황에서 이를 무관하게 해석하기는 어렵다.
롯데호텔과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호텔은 16년 만에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만 5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해 3월과 12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창사 20년만이다.
위기를 느낀 노조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롯데마트지부, 롯데면세점노조, 롯데백화점지회, 롯데하이마트지회는 최근 ‘롯데그룹 민주노조 협의회’를 출범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희망퇴직, 원거리발령, 매출 압박, 각종 복지제도 축소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각사별 피해 사례를 알렸다. 이달 말 인천공항 1터미널 영업종료로 철수하는 롯데면세점 인력들에 대한 사측의 대책도 아직 없다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앞으로 롯데그룹의 경영실패 책임 전가, 인력감축 비용절감 중심의 구조조정에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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