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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 가슴에 상처가 많았다”…‘대국민 사과’ 한 의대 교수들

이로원 기자I 2024.03.18 19:22:39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원장 “국민 없이는 의사도 없다”
“의사 희생만 생각해 환자와 소통 못한 점 사과”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한 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의료 이용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집단사직 결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방 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전국 의대 교수들은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보호하고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에 반대하기 위해 오는 25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6일 방 위원장은 이를 발표하면서 “환자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날 방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혹은 아픈 가족을 동행해 겨우 진료를 받으러 오셨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진료에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불안한 마음으로 사태의 향방을 지켜보게 만든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 환경에도 세계 제일이라 평가받는 한국 의료를 위해 우리 의사들이 희생한 부분만을 생각했지, 환자들이 이러한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또 “매일 신문, 유튜브 댓글 등에서 국민의 크나큰 분노를 느낄 수 있었고 자괴감도 느꼈다”며 “그러나 답을 얻었다. 자기 연민으로 가장 큰 희생자인 국민의 아픔을 저희가 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없이는 저희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며 “국민 여러분의 고충과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듣고, 그간 미흡했던 소통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전공의들에게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게 한 것은 저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배웠기에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넘어간 것, 특히 사직이라는 선택을 전공의들이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소통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스승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으로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협의체 마련이 쉽게 진행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간과한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가슴에 상처가 많이 있었다”며 “2020년에도 의정협의체로 전공의들의 의견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전공의들이 생각하기에 필수의료가 나아진 것이 거의 하나도 없었고,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도 2년 전에 터졌다”고 했다.

교수마저 사직하고 현장을 떠나면 어떻게 하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교수가 사직서를 내는 것은 교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 온 교수직을 던지는 것인데 오죽하면 그렇겠나”라며 “이 사태가 4월로 넘어가면 의대생 유급, 전공의 행정처분 명령, 대형병원 줄도산 파산으로 이어지고 의료는 완전히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표를 낸다는 의미 자체보다는 그 전에 해법을 찾아달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교수가 사직할 경우 면허 정지까지 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저도 정말 겁이 난다. 평생 뇌혈관 외과의를 했는데, 면허 정지가 되면 개원을 하더라도 분당 서울대병원같이 좋은 장비와 지원 없이 뇌혈관 수술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이 넘어가기 전에 해결해야 의료 파국을 막을 수 있는데 아무도 양보하지 않는다”며 “사직서는 교수들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써서 진심을 보여준 것으로 ‘양보하고 제발 대화의 장을 좀 나와달라. 전공의들도 돌아와달라’는 일종의 호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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