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서울 포함한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가파르게 쌓이고 있다. 중개업계에서는 매물은 많은데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매물이 쌓이고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면서 ‘하향안정론’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서울 매물 6만건 돌파…신축도 2억 이상 뚝
19일 부동산업계와 부동산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현재(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7건으로 6만건을 넘었다. 이는 2020년8월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기도는 11만6104건으로 2020년7월 이후 19개월 만에 물량이 가장 많고 인천 역시 2만6181여건으로 2020년 8월 이후 최다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만 20만 건이 넘는 물량이 시장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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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실거래가도 뚝 떨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일부 매물이 많은 단지에선 최고가 대비 2억원 이상 하락했다. 송파구의 대단지 핼리오시티(전용면적 85㎡)에서는 올해 1월 23억7000만원(25층)에 거래되던 아파트가 지난 달 초 20억9500만원(28층)에 팔리면서 약 2억7500만원 하락했다. 1기 신도시인 평촌에서도 인덕원대우(전용85㎡)가 올해 초 9억45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 4일에는 8억3700만원에 하락 거래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3주차(16일 조사 기준)의 수도권 집값은 0.02% 하락했고 서울 집값은 이번 주 보합세를 보였다. 서울이 하락세를 면한 것은 강남·서초·용산구의 20억 이상 초고가 단지 위주로 일부 집값이 큰 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대체로 매물이 증가하고 소폭 하락하는 약보합세가 지속됐지만 강남 등에서 초고가 단위 위주로 상승하면서 서울 전체가 보합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서울은 자치구 25개구 중 노원·서대문·마포·관악·강서·금천 등 12개구가 하락했고 8개구는 보합을 보였다.
◇“대출규제로 집 못 사…하반기 ‘약보합’할 듯”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새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1년 유예에 따른 매물 출현으로 시장에 매물이 쌓였다는 분석이 내놨다. 다만 대출 규제로 매수자가 집 살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거래절벽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매물 해소를 위해 양도세 중과 유예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대출 규제 등 다른 규제를 풀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유예와 종부세 기산일을 앞두고 6월 전에 정리하려는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대출 규제로 수요자가 살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매물이 그대로 쌓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시장은 수요자가 집을 사려는 니즈가 강하지만 대출 규제로 억눌린 상황이어서 현 시장을 ‘정상시장’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대출인상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주춤한 가운데 보유세 부담 강화와 양도세 유예 조치로 매물은 늘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진다면 보합이나 약보합세인 현 시장 상황이 하반기에 드라마틱하게 상승전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