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사태’로 건설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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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우리 건설산업 생애주기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 진입이 가시화하면서 시장 규모가 감소하고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진국들에서 주로 드러나는 산업의 고임금,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잇따른 글로벌 악재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9월 기준 이형철근은 톤당 91만 8000원으로 10년 전 동월 대비 36%나 뛰었다. 레미콘 단가도 세제곱미터(㎥)당 10만 4000원으로 10년 만에 62%나 뛴 상황이다. 2015년 하반기 공사(건설)부문 시중노임단가는 9만원이었는데 올해 하반기 단가는 16만 7000원으로 90%나 급등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재선으로 금리, 환율. 유가 등 재무적 리스크가 급부상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사태’ 여파로 우리 건설업계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 실장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 15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등 계엄·탄핵 정국 장기화는 건설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로 국토와 주택 관련 공공부분 공사 발주가 지연·축소될 가능성이 크고, 국민의 구매 심리가 악화해 주택시장 불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 및 기회 상실 또한 우려된다”고 부연했다.
정부 정책이 건설산업의 위기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다른 산업이 위축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정책을 마련하는 것과 다르게, 국가 경제의 핵심축인 건설산업은 홀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실장은 현 건설 정책의 문제점으로 △규제 강화 일변도의 규제 양산 △중소기업 육성 정책 실종 △현안 이슈에 매몰된 선제적 정책 추진 미흡 △부처별·정책 간 미비한 통합 등을 지목한 뒤 “건설산업 진흥 정책을 추진 과정에서도 민·관 간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건설 정책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긍정적 시그널로 평가할 수는 있다”면서도 “정책·사회·경제 등 복합적 문제로 건설 리스크가 증가하고 건설경기 심리가 꺾인 상황에서 파급효과는 다소 미흡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홍 실장은 이어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정책과 연계해 수정·보완하는 대응 방향이 필요하다”며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및 지역 경기 활성화 등 미래지향적 정책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