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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3시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주요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경기 파주시 380.1㎜ △연천군 300.5㎜ △인천 강화군 367.2㎜ △서울 은평구 161㎜ △강원 철원군 255㎜ △충남 당진시 176㎜ △서산시 155.8㎜이다.
이번 비의 특징은 좁은 공간에 비를 쏟아내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새벽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철원 등 휴전선 인근에 거센 비를 뿌리던 장마전선은 출근시간 대를 전후해 서울과 경기 남부에 많은 비를 쏟기 시작했고 정오를 전후해선 충청 지역으로 옮겨 폭우를 쏟아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기 파주시와 충남 서산시는 기상관측 시작 이래 1시간 동안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비가 쏟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양상의 극한호우는 정체전선상 수시로 발달하는 ‘중규모 저기압’ 때문이다. 정체전선이 머무는 곳에서도 중규모 저기압 등의 효과로 작은 남북진동으로 강수집중구역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다만 작은 크기의 저기압은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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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기상청은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일대에 호우 특보 발효와 해제를 반복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경기 파주시 만장교 등 6개 하천에 홍수 경보를 발령하고 서울 도림천과 목교천 등 15개 하천에 홍수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교통에 큰 불편이 이어졌다. 불어난 강물로 서울 올림픽대로 여의상류IC 양 방향과 잠수교 등 주요 구간이 통제됐고, 지하철 병점역~서동탄역 구간과 덕정역~연천역 등이 통제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교통사고와 침수 등 각종 신고도 잇따랐다.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당진시 채운동 탑동초등학교와 당진정보고등학교 운동장이 침수되면서 학생과 교직원이 일시적으로 고립됐다. 당진전통시장과 송악읍 현대제철 지하차도, 신평면 빌라 등에도 광범위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오전 11시 10분쯤 강원 춘천시 사북면 원평리의 국도 5호선 오월피암터널 인근에서는 도로 일부가 절벽 아래 춘천호 방향으로 내려앉아 주변 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시민들은 이어지는 거센 비에 불안감을 내비쳤다. 대학생 유보현(21)씨는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5분밖에 안 걸리는데 온몸이 다 젖었다”며 “하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씨는 “대전 서구에 사시는 할머니도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서 토사에 깔리셨다”며 “다리가 골절돼 입원 중이신데 홍제천을 보니 걱정이다”고 했다.
기상청은 정례 예보 브리핑에서 장맛비가 오는 20일까지 중부지방에서 남북으로 이동을 반복하면서 일시적인 소강과 발달을 반복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날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주요 강수지역의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북부 5~20㎜ △경기 남부 및 강원 북부 10~40㎜ △강원 중·남부 20~60㎜ △충남 남부 20~70㎜ △충북 남부 20~60㎜ △광주·전남 30~100㎜(많은 곳은 120㎜ 이상) △전북 30~80㎜(많은 곳은 100㎜ 이상) △대구·부산·울산 등 경상권 30~80㎜ △제주 5~40㎜이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도 동부지역에 폭염 경보를, 전남과 경남·부산·울산에 폭염주의보를 각각 발표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습도가 높은 도심과 남부지방에는 열대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높아진 습도와 기온 때문에 제주와 남해안 인근 지역은 오는 21일 이후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폭염이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