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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핵심은 곽 전 의원의 아들 A씨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퇴직금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의 성격을 가리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 돈이 화천대유 측이 아들을 통해 곽 전 의원에게 전달한 뇌물이라고 보고 기소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이 사건에 적용하면, 곽 전 의원이 돈을 받기 전후로 의원직을 이용해 화천대유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언행을 보여야 한다. 곽 전 의원은 현역 시절 국민의힘 부동산투기특별조사의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기에 이런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가성을 인정하려면 50억원 일부라도 곽 전 의원에게 전달된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증거가 없었다. 게다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대장동 사업에 유리하도록 힘써달라고 부탁한 것을 수사로 밝혀내지 못했다.
재판부는 “아들 A씨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원은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이고, 부친의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없이 증명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곽 전 의원의 뇌물수수와 알선수재가 무죄가 나오니, 뇌물을 공여하고 이를 위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은 김만배씨도 무죄가 나왔다.
이날 판결은 앞서 아들을 앞세워 거액을 받은 박기춘 전 의원은 뇌물죄 유죄 사건과 비교된다. 박 전 의원은 2011년부터 아들 결혼축의금 1억원을 포함한 현금 2억8000만원을 아파트 분양 대행업체에서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의원은 2014년 하반기부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지냈다. 대가성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사건도 참고할 만하다. STX는 2008년 정씨의 아들이 운영하는 요트 회사에 7억7000만원을 후원했는데, 정씨가 부탁해서 들어준 것이다. 이 회사는 정씨가 설립자금과 운영자금을 댄 사실상 가족회사였다. 이 사건은 뇌물수수죄로 기소됐는데, 나중에 제 3자 뇌물수수죄로 유죄가 인정됐다. 정씨가 직접 받은 것은 아니고 가족을 거쳐서 우회적으로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